30억불 외평채 발행 "위기설의 종말"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4.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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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에 외화유동성 공급 줄여 해외 차입 독려

정부가 9일 30억불 규모의 달러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발행했다.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정부는 외화유동성을 확충하고 동시에 은행, 공기업들의 해외차입에 기준금리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는 5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 15억불과 10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 15억불 등 2종류로 각각 미국 국채 금리 대비 400bp와 437.5bp의 가산금리가 붙었다. 이는 당초 발행주간사가 예상한 400bp 후반대보다 낮은 것이다.



정부는 신용등급이 2-3단계 높은 아부다비 정부채(5년물 미국국채 +400bp)와 동일한 수준이며 올들어 발행된 산은채(5년물 미국 국채+675bp), 수은채(5년물 미국국채+678bp), 하나은행 정부 보증채(3년물 미국 국채+533bp)보다 낮은 금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외평채 발행금리는 1998년 5년물(미국 국채+345bp), 10년물(미국 국채+355bp)보다 높지만 표면금리는 당시 5년물 8.952%, 10년물 9.083%에 비해 5년물 5.864%, 10년물 7.260%로 낮은 것이다.



김윤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금리가 높은지 낮은지는 발행 이후 유통시장에서 얼마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가 하나의 기준”이라며 “발행 직후 3bp 정도 내려간 상태에서 거래가 형성된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금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9월 외평채 발행을 시도하던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요구했던 가산금리가 200bp대였던 것에 비하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당초 10억-20억불 정도로 예상을 했지만 발행 개시 6시간만에 주문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어섰고 총주문규모가 80억불에 달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규모를 증액하게 됐다고 밝혔다.


발행규모 30억불은 외환위기로 달러 유동성 확충이 절실했던 1998년 40억불 이후 최대 규모다. 이처럼 규모가 확대된 것은 이번 외평채 발행이 단순히 기준금리 제시가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확충 목적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발행물량을 줄였으면 금리에서 이득을 볼 수 있었지만 민간의 해외 차입시 기준 금리 제시 말고도 선제적으로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였다”며 “골대(목표)가 바뀌면서 일정 수준에서 타협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외화 유동성 사정이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의 상업은행 부실, 자동차 회사의 파산 가능성, 동유럽 국가의 금융위기 등과 같은 문제가 남아 있어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으로 확충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확충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올해 외평채 한도 60억 달러 중 남은 30억 달러를 시장여건을 봐 가면서 발행할 것”이라며 “대내외 경제여건 국제금융시장 상황 등을 봐가면서 추가 발행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좋으면 상반기에도 추가 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행으로 외평채 발행잔액은 총 70억불로 늘어난다. 정부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외평채 5년물을 발행해 한국물 해외 채권의 주종을 이루는 5년물의 기준금리를 명확히 했고 10년물은 2006년 이후 3년만에 재개해 다양한 만기의 수익률곡선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외화차입 시장이 열린 데다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은행과 공기업들의 해외 차입을 위한 기준금리를 제시했으므로 은행들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회수해 나갈 계획이다.

김 국장은 “해외 차입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수출입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한 일반 외화유동성 공급은 유동성 경색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줄이거나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00억불 규모로 추산되는 은행과 공기업의 해외 차입을 독려하겠다는 의미다.

김 국장은 ‘한국물 발행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물 발행이 몰리지 않도록 교통정리해 부작용도 최소화 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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