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여건 개선" 외평채 발행 결정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4.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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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북한리스크 미미, 발행 주간사로 씨티그룹 등 6개 선정

정부가 7일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추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세를 이어감에 따라 정부가 외평채 발행을 일정대로 진행키로 한 것이다(머니투데이 7일자 오프라인 기사 참조).

기획재정부는 이날 외평채 발행을 위해 씨티그룹, 크레딧 스위스, 도이치뱅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삼성증권 등 6개 기관을 외평채 발행 기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시장상황을 고려해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시기나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달 중 최소 10억 달러에서 많게는 2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로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외평채 발행한도는 60억 달러이며 정부는 이중 일정 부분을 상반기 중에 발행할 계획이었다.



정부가 이처럼 북한의 로켓 발사로 어수선한 시점에 외평채를 발행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최근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개선돼 발행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켓 발사 이후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이 있는데다 국제사회가 외평채 발행을 한반도 안정의 준거로 인식할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됐다.

향후 예정돼 있는 은행과 공기업들의 외화차입에 기준금리를 제시할 필요성도 감안됐다.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은 "정부가 외평채 발행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은행과 공기업이 해외 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방침을 거듭 밝혀 왔다.

시기나 규모 이상으로 발행금리도 관심사인데 신용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경우 5년 만기 외평채 CDS 프리미엄이 지난달 5일 4.65%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3일 2.95%포인트로 내려 갔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직후인 지난 6일 아시아시장에서도 별다른 변동 없이 2.95%포인트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2일 하나은행이 당초 예상했던 5~7억 달러보다 많은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등 한국물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발행금리가 ‘리보(런던은행 간 거래금리)+4.9%포인트’로 올해 초 외화채권을 발행한 산업은행(리보+6.15%)이나 수출입은행(리보+6.25%)보다 좋은 조건이었고 이 역시 외평채 발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도 북한의 로켓 발사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무디스, S&P, 피치 등으로부터 각각 A2/A/A+ 등급을 받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무디스, S&P 등과 북한의 로켓 발사 문제에 대해 협의했으며 이들 기관들이 북한 리스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평채 발행이 외환시장의 호재이기는 하지만 영향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평채 발행이 긍정적인 재료이기는 하지만 이미 시장에 알려져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최근 들어 외화자금 시장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평채 발행 자체가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도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요인은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이라며 “외평채 발행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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