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갈림길에 서 있는 투자자에게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2009.04.0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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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시장을 맞추려 하지 마라<1>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살까? 말까? 갈림길에 서 있는 투자자에게


주가가 어영부영 많이도 올랐다. 지난 주말 종가 대비 미국은 4주간 뉴욕의 3대 지수는 모두 20%의 문턱을 넘어섰다.

보통 바닥에서 20%가 오른다는 것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바닥을 찾았다는 말로 해석된다. 또한 그 상승률이 단지 4주간에 만들어진 상승률이었는데 이는 지난 193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범상치 않은 속도로 가파르게 상승을 했다는 말이다.

거참... 조정이 있을 듯 말 듯 하면서도 결국 상승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바닥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주중에 여러 번 강조했거니와 시장의 바닥에서는 이상하게도 바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다행이 중간에 시장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해도 매수의 기회를 잘 주지 않는 것이 바닥 국면의 특징이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매수를 하려 할 때에 매수가 손쉽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바닥이 아니며 매수를 여러 차례 시도해도 잘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비로서 진정한 바닥의 모습”이 라고 강조를 했던 것이다.



이미 바닥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중에 하나라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무시하는 모습이 이번에도 관찰되었다는 점이다.

바닥에서는 이상하게도 개인들이 매수하지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쉽게 매수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절대로 매수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상승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1년 911테러가 막 지났을 때를 상기해보자. 정확하게 9월 26일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그 때가 아마도 추석 바로 전날이었을 것이다.


연준이 급격한 통화 완화정책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수습하려 했고 단기적 악재로 판단했던 필자는 9월 26일에 집중적인 매수를 권고했었다. 다행히도 주가는 상승 전환에 성공을 했었고 이후로 한동안 상당히 가파른 상승이 전개되었다.

그런데...당시 xx 증권의 리포트를 보면 이런 말이 나왔다.



“1포인트를 웃도는 백워데이션(비정상시장-선물의 가치가 현물의 가치보다 낮은 시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 대한 주도세력의 약세마인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주가는 단지 기술적 반등일 뿐이고 중기적 상승은 어렵다.” 라고 주장 했었다.

그 당시의 배경을 좀 생각해보면...우리나라에 선물이 들어온 것이 1995년이었고 들어왔을 당시로부터 수년간은 별로 선물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IMF를 겪으면서 시장이 개방이 되었고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게 되면서 선물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했다.



팽창 정도가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선물 시장에 참여했는데 물론 선물에 대한 상식은 뒤로 하고 주로 투기적 거래에만 치중했었던 상황이었다.

즉 우리 시장이 막 선물에 눈을 뜨던 시기였다. 그러니 선물을 운운해가면서 시장이 못 간다고 떠들어대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그럴 듯하다고 생각을 했고 매수하는 것을 주저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긴 그 이전까지 백워데이션이 한동안 진행이 되면 주가가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수 없이 보여준 바 있었기 때문에 개인들의 공포는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강력한 1포인트 이상의 백워데이션이 진행이 되면서도 주가는 잘도 올라갔다. 한참을 오른 다음에야 사람들은 깨달기 시작했다.

백워데이션은....선물이 저평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은 맞지만...선물을 강력하게 매도할 때에만 백워데이션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었는데, 그 당시에 생겼던 강력한 백워데이션은 외인들이 우리네 주식을 무섭게 빠른 속도로 매수를 했었기 때문에 현물이 비정상적으로 더 비싸지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속아 넘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몹쓸 선물에 대한 패러다임 때문이었다.

외인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선물에 대한 낮은 상식을 이용했다. 그동안 주가를 터닝 시킬 때에 언제나 선물을 먼저 움직였었지만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현물을 먼저 사면서 시장을 충분히 교란시킬 수 있었다.

2003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물론 대 바닥에서는 같은 방법이 두 번 사용되는 예는 극히 드물다. 당시에는 반대로 선물을 잔뜩 매수했는데 선물에 대한 매수가 많아지면서 프로그램 차익 매수 잔고가 처음으로 1조 원 대를 넘을 때였다.



프로그램 차익잔고는 그 이전까지는 거의 반드시 만기일에 청산이 되었었다. 즉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는 그저 3000~4000억 원 대를 맥스로 쌓이고 청산되고를 반복했었는데 갑자기 프로그램 매수가 잔뜩 쌓이게 되고 그 잔고가 무려 1조원을 사상 처음으로 넘은 것이다.

주가가 징그럽게 하락하다가 조금 반등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차익잔고가 생전 처음 보는 규모로 엄청나게 쌓였으니 또다시 증권사들의 리포트는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사상 최고의 매수차익 잔고가 청산되어야 하기 때문에 만기일 이전까지는 매수를 하지 말자는 권고였다.

물론 고객을 위하여 정성껏 쓴 리포트들이었지만 그 덕에 또다시 많은 개인들은 바닥에서 닭 쫓던 개(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주가는 보란 듯이 오르기 시작했고 또한 만기일에 프로그램 매물은 출회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매물이 나온 것은 모두 외인이 받아 가버렸거나 혹은 스프레드 가격이 매력적으로 형성되는 바람에 모든 선물 매매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만기일 물량을 스프레드 매수를 통해서 그대로 롤오버 시켰고 시장에는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사 리포트들은 또다시 매물에 대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며 주식 매수의 시기를 늦출 것을 권고했었다. 이유는 단 한 번도 1조원이 넘는 프로그램 차익 잔고를 경험해 보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3000억 내외의 프로그램 차익잔고에도 주눅이 들어 있었던 시기였고 그런 행동이 수년간에 걸쳐서 수없이 반복되었었는데 1조원의 프로그램 매물을 보고 어찌 겁이 나지 않겠는가?



물론 지금은 프로그램 잔고가 8조원을 넘어서도 뭐라 말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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