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일자리, 국립번역원(가칭)으로 창출하자

머니투데이 홍찬선 MTN경제증권부장(부국장) 2009.04.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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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국가 경쟁력도 높이고 일자리도 만들고

창조적 일자리, 국립번역원(가칭)으로 창출하자


세계는 평평하면서도 구부러져 있다. 세상의 평면과 곡면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과 국가는 어디에서나 최고의 조건으로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세상을 평평하게 활용하고 있다(토머스 프리드먼, 『세계는 평평하다』).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면 곡면의 가장자리에서 미끄러져 퇴출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데이비드 스믹,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현재 경쟁력은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봉건시대에는 토지가, 산업혁명 시기에는 자본이 경쟁력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토지와 자본은 눈에 보여(Tangibles) 상대적으로 확보하기가 쉽다. 하지만 21세기의 핵심 경쟁력인 정보는 눈에 보이지 않아(Intangibles), 어느 것이 정보인지를 알기도 쉽지 않고 확보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명박 실용정부의 최대 현안, 일자리 만들기

집권 2년을 맞이한 이명박 실용정부는 글로벌 금융-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중에 일자리 만들어 내기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일자리는 국민들이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소득을 버는 것은 물론 자아실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일자리를 잃는 것, 즉 실업은 경제적 고통일 뿐 아니라 정신적 파탄으로 이어지는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정부는 실업자가 92만 명이 넘은 고실업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4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일자리를 55만개를 늘려 8.7%에 이른 청년실업률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기업들도 청년인턴사원을 뽑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도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인턴사원도 진정한 일자리라고 볼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 내는 일자리는 임시직이 아니면서, 일하는 보람을 얻는 동시에, 국가의 장래를 위해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미래지향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립번역원(가칭)’ 설립을 제안해본다.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시장성이 있는 분야의 번역은 기업에 맡기되, 시장성이 떨어지지만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부문은 국가가 적극 번역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번역원(가칭)이 좋은5가지 이유

국립번역원(가칭)은 일석오조(一石五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첫째 한문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번역능력을 갖춘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 꼭 필요한 출판물이 거의 리얼타임으로 번역된다면 모든 국민의 외국어 배우는 고생을 줄일 수 있다. 둘째 국민경제의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국민의 정신적 자본(Mental Capital)을 확충할 수 있다. 21세기 경쟁력의 핵심은 차별화된 능력을 지닌 인재(Talent)이며, 그런 인재는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다양한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육성될 수 있다.

셋째 잃어버린 반만년 역사를 되찾을 수 있다. 규장각에 쌓여 있는 선조의 정신적 유산을 번역해 내는 것은 진정한 독립의 초석이 된다. 넷째 한국을 세계에 알려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아직도 동해를 일본해(Japan Sea)로 알고 있는 외국인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 것을 정확히 알림으로써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창조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번역하는 사람은 물론, 책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출판관련 분야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연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이 선진국이 된 이유를 배우자

일본이 19세기 말 봉건국가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만들어 낸 요인 중 한 가지는 바로 국가의 번역 사업이었다. 메이지유신으로 정권을 장악한 지식인들은 이와쿠라(岩倉)유람단을 유럽에 파견했고, 유럽의 선진문물에 충격을 받은 그들은 귀국해서 번역을 통해 유럽과의 발전시차를 축소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출판되는 책이 가장 빨리 번역되는 곳이 일본이다.

창조적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내고, 구부러진 세계를 평평하게 활용하는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국립번역원(가칭)의 설립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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