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동안 주말이나 휴일이면 자연을 향해 떠나 그림을 그린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 같이 말한다.
이 명예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미술평론가 김복영 한국조형예술학회장은 이 회장의 그림에 대해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주제로 했다"며 "대기업가가 이처럼 자연을 두루 그린 이유는 평소 사물을 가리지 않으려는 그의 품성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92년 자서전에서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산을 좋아하는 이 명예회장이 ‘어떤 산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그저 산이면 된다’고 답한 것도 그의 유유한 성격을 드러내는 일화다.
그와 종종 낚시를 가도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고 낚시대도 꼭 한개만 준비하곤 했다고 한다. 운이 좋아 고기를 낚으면 좋고, 아니 낚아도 그만이었던 셈이다. 다만 찌를 보면서 항상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여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곤 했다고 했다. 돌이켜 보건데 당시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자연을 즐기면서 유유자적하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회고했다.
이 명예회장은 인술이 사람을 살리듯 기업은 궁핍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최선의 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기업인이기에 자연을 거스른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과 같았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기업의 마당이었으며 보람의 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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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즐기고 싶을 뿐이라던 노화가는 미수를 맞아 4월2일부터 6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그의 나이와 같은 88점의 작품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아들인 이웅렬 회장의 ‘1+1=6’ 등 가족들의 작품 12점을 포함하면 꼭 100점이다.
1992년 고희전, 2001년 팔순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미수라는 개인의 뜻 깊은 삶의 여정인 동시에 정상에 오른 경영인의 진솔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화폭에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