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오바마 유턴으로 숨통 트이나

런던(영국)=송기용 기자 2009.04.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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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오바마 "한미 FTA 진전 위해 협력"

- 제2차 런던 G20 정상회의서 첫 한미 정상회담 개최
- "한미 FTA 두 나라에 상호이익, FTA 진전 위해 협력"
- 오바마 부정적 견해서 유턴 "한미 FTA 강한 의지 있어"
- 교착상태의 한미 FTA 활로 찾아, 車·쇠고기 압력 우려도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숨통이 트였다. 한국과의 FTA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함에 따라 FTA 비준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제 2차 G20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G20 회의에 앞서 30여 분의 짧은 시간동안 이뤄진 약식 회동이었지만 지난 1월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예상과 달리 한미 FTA가 주요 의제로 논의돼 눈길을 끌었다. 양국 국회의 비준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한미 FTA는 양국의 견해차이가 커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한미 FTA가 두 나라에 상호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FTA 진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문제는 경제적 관점을 포함해 동맹관계의 강화라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한미 FTA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께서 한미 FTA 성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것을 알고 있다"며 "FTA를 진전 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오는 6월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이뤄질 정상회담에서 FTA 진전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취임 전부터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유지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30분간의 짧은 회담 인 만큼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FTA가 양국에 상호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합의를 끌어낸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가 겉돌면서 용도 폐기될 위기까지 온데는 오바마 대통령이 줄곧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온 것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자동차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미 FTA는 한국 측에 유리하게 돼 있고, 무역 불균형을 좁히는 데 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매우 문제 있는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입장은 미 정부에도 영향을 미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고위 관계자들은 자동차 협상의 불공정성 등을 거론하며 한미 FTA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바마 정부가 FTA 진전을 위한 협력에 나선 것은 양국 간 합의사항인 FTA 체결을 기약 없이 지연시키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조,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 등 주요 현안을 놓고 한국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일방통행 식 문제제기의 한계를 인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동차와 쇠고기 등의 쟁점 분야에서 한미 FTA 수정, 보완을 희망하고 있는 미국 측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며, 향후 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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