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진원지에서 변화가…"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2009.03.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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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세계 증시 유동성랠리 더 이어질 수 있다

"위기의 진원지에서 변화가…"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초까지 대거 내다팔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 지난주까지 1조원 넘게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17일 연속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한국 증시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3월 위기설이 기우로 끝나감에 따라 신용스프레드가 개선되고,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인 것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태도변화에 작지 않게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바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부동산과 모기지 시장의 붕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이것은 전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즉 현재의 위기가 시작된 곳은 부동산시장이고, 더 깊숙한 진원지였던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미국 부동산시장을 살펴보면 최근 발표된 지표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은 미국 증시의 강한 상승을 불러왔다.



최근 발표된 2월 신규주택판매는 예상을 뛰어넘어 전월대비 4.7%나 증가했다. 이것은 작년 4월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신규주택판매에 앞서 발표된 2월 기존주택판매도 5.1% 증가해 6년래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바 있고 주택착공건수도 22%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이 발표한 1월 주택가격지수도 전월대비 1.7% 상승해 1년만에 전월대비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와 같이 여러 주택시장 지표들이 일제히 주택시장이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미국 모기지 시장도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모기지신청지수가 전주대비 32%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금리 인하에 따라 차환 목적의 재융자 건수가 늘어난 영향이 크지만 새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모기지 신청도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진정되고 부분적으로는 소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전월의 -0.6%보다 하락폭이 축소된 -0.3%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은 0.1% 하락에 그쳤고, 강남지역은 오히려 0.1% 상승해 7개월만에 플러스(+)를 기록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강남 3구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부동산 시장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분양주택 물량의 최고치 행진도 지난 1월에 꺾였다. 지난 1월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작년 연말대비 1.8% 감소한 것이다.



위기의 발단이 된 주택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위기극복을 위한 본질적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기관, 개인 등 투자주체들을 증시로 불러들이는 촉매가 되었다. 여기에 각국의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과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풍부한 잉여유동성이 가세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주식시장을 연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현재 미국의 잉여유동성은 1975년 이후 최고의 증가폭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 지표가 회복되고 내구재수주 등 일부 제조업 지표도 개선됨에 따라 세계경제가 금융시장 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또 다시 금융시장의 위기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건수가 8주 연속 60만건을 상회하고 개인소득이 다시 전월대비 감소함에 따라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심리의 회복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또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체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다시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의 진원지가 변화하기 시작했고 전세계 유동성도 매우 좋은 상태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3월 급등과 미국 자동차산업 불안 등으로 인한 조정은 있을지라도 세계 증시의 유동성 랠리는 추가로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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