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마을경제 살리는 유기농 토종매실

서울=이경숙 기자, 경북 칠곡=김이경 이로운블로거 2009.03.3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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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 하우]<3-1>매화로 32억 매출..희망소기업 송광매원

편집자주 이해관계가 달라도 우리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존재다. 각자의 의도나 의지와 관계 없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나라의 경제위기와 환경파괴는 우리나라의 시장 축소와 기후변화로 이어진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로운 해결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2009년 쿨머니 연중 캠페인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 하우(How)'를 통해 지구촌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그 노하우를 전한다.

↑6월 수확을 앞둔 송광매원의<br>
유기농 토종매실 ↑6월 수확을 앞둔 송광매원의
유기농 토종매실


서울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란 그는 그냥 "농촌이 좋아 농촌에 귀의"하고 싶었다. 1999년, 연 매출 8억 원짜리 일식집을 접고 경북 칠곡군으로 들어갔다. 연고도 없이.

10년 후. 그는 2008년에만 연 매출 32억 원을 낸 법인을 이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6곳에 일식 체인 '사가이'를 열었다. 인구 12만 명의 작은 군, 칠곡에서 그는 무엇을 한 걸까.



3월 중순, 매화꽃이 무더기로 피어오르는 칠곡에서 서명선(53) 송광매원 대표를 만났다.

◇500년 전 토종매화를 심어 마을을 바꾸다=멀리서 보기엔 눈꽃 같았다. 낙동강이 봄바람을 보낼 때마다 나무들이 흰 꽃 물결로 답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3시간 반 거리의 경북 칠곡군 죽전리. 2만여 평 농장에 가득 피어오른 매화꽃송이들이 멀리서도 손짓하고 있어 송광매원을 찾는 데엔 어렵지 않았다.

서명선 대표가 송광매원 입구에 서서 일행을 맞이했다. 마침 큰 짐차 하나로 일본에 수출할 매실김치를 실어 보낸 참이었단다. 일본에선 매실 엑기스를 넣은 김치가 고급김치로 통한다. 한국에 매화를 널리 퍼트린 일본에 한국의 매실을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서명선 송광매원 대표가<br>
송광매 꽃송이를 들여다보고 있다.<br>
ⓒ이로운몰↑서명선 송광매원 대표가
송광매 꽃송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로운몰
한국에 흔히 보급된 매화나무는 일본 품종인 '남고'다. 송광매원의 매화나무는 500년 전 한국 매화를 복원한 '송광매'다. 권병탁 영남대 명예교수가 송광사에서 가져온 씨앗에서 키워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서 대표가 권 교수로부터 매화 재배법을 전수 받아 10년 전부터 칠곡에 심은 송광매 1만주에 이른다. 그는 이웃농장 등 칠곡 4만여 평에도 송광매를 보급했다. 지난해엔 김포시에서 묘목을 받아갔다.

송광매원은 지난해 묘목에서 5억여원, 가공품과 체험장에서 13억원, 일식 체인에서 14억원 등 모두 합해 32억여 원의 매출을 냈다. 매실엑기스, 매실고추장, 매실식초 등 갖가지 제품을 이마트 등 대형매장과 이로운몰 등 친환경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서 대표는 올해 또 다른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매실 조미료와 수제햄, 화장품이다. "우리가 먹는 밥이나 바르는 화장품엔 매실 성분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그는 매실이 아토피 치료에도 큰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이 귀농 적기..2ㆍ3차 산업 주목해야=이곳 매실은 모두 유기농법으로 키운다. 매실엑기스를 짜고 남은 찌꺼기를 비료로 쓰고 가지에 뿌려 잡벌레를 막는다.

이렇게 키우니 '과정' 자체가 '상품'이 됐다. 송광매원은 모종심기부터 종자 키우기, 매실 수확, 친환경에코숍, 토끼와 닭 사육까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녹색관광'을 개척하고 있다.

“매실은 껍질 채 먹는 과수예요. 그래서 껍질에 농약이 묻어 있으면 위험해요. 그래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해서 철저한 유기농 재배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농약을 안 뿌려서 어린이들이 체험학습 하기에도 좋습니다."

칠곡군은 4년 전 군화를 장미에서 매화로 바꿨다. 칠곡군 농업기술센터의 장영석 계장은 "송광매원은 칠곡군에서도 몇 안 되는 성공사례로 꼽힌다"며 "도시 소비자의 마음을 잘 알면서 농촌 입지를 잘 살렸다"고 평가했다.

"서 대표가 선두주자로 앞서가면서 보여주니까 농민들이 지켜보다가 따라갔습니다. 서 대표는 농민들한테 매화나무 공급하고 나면 직접 수매합니다. 그걸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품으로 만들어 팔아요. 매실연구회 회장인데 회원이 55명이에요."

칠곡에 내린 송광매원의 뿌리는 더욱 더 단단해지고 있다. 이곳의 정규직원 17명, 비정규직원 20여명이 모두 칠곡군 주민이다. 외지인이라 해도 송광매원 직원이 되려면 칠곡 주민이 되어야 한다.
↑송광매원 내 에코숍.<br>
송광매원 제품들은 <br>
‘한국전통식품베스트5’ <br>
‘우수산업디자인상품’ <br>
‘2004무역의 날 포상'을 받았다.<br>
ⓒ이로운몰↑송광매원 내 에코숍.
송광매원 제품들은
‘한국전통식품베스트5’
‘우수산업디자인상품’
‘2004무역의 날 포상'을 받았다.
ⓒ이로운몰
송광매원은 이웃의 80여 농가가 심은 매실을 공동판매하거나 전량수매한다. 해마다 150톤, 약 5억여 원의 매출을 이웃 농가와 나눴다.

송광매원에 체험하러 오는 관광객도 이웃과 나눴다. 식당은 유료로 운영하되 관광객 숙박은 이웃 민박으로 유도한 것이다. 올해초엔 (재)희망제작소가 지역사회적 가치가 높은 기업에 주는 '희망소기업'으로 선정됐다.

많은 도시 사람이 자연을 꿈꾸며 시골로 간다. 그렇게 간 많은 도시사람이 시골사람이 되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온다. 서 대표의 귀농 성공 비결은 뭘까? 그는 1차 산업 대신 2차ㆍ3차 산업으로 진입하는 것, 지역민이 되는 것 두 가지를 꼽았다.

서 대표가 보기에 준비된 귀농은 지금이 기회다. "농림부가 농림수산식품부가 되면서 체계적 지원책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귀농하더라도 1차 산업 연연하지 말고 가공업ㆍ관광서비스 등 2차ㆍ3차 산업 연계하라"고 조언한다.

◇"시골에서 잘 살려면 이웃과 힘을 합쳐라"='겸손'과 '호혜'는 직장뿐 아니라 시골생활에서도 중요한 성공요소다. 그는 "도시에서 왔다고 시골사람 가르치려 들지 마라, 먼저 맘을 열고 친해지라"고 조언한다.

"도시에서 온 사람이 촌사람한테 머리 세우는 게 문제입니다. 요즘은 촌사람이 더 똑똑해요. 인터넷 환경 덕분에. 농촌에 들어와 철저하게 현지 분들 인정하고 들어가면 모든 게 편하게 됩니다."

2003년 겨울의 일화를 지금도 그는 잊지 못한다. 그해 겨울 폭설이 왔다. 도로가 막혀 송광매원은 하루반 동안 고립됐다. 국내 대기업 납품일이 왔다. 서 대표는 자포자기 상태가 됐다.

그때 어디선가 트렉터 소리가 들렸다. 인근에서 '금종쌀'을 짓는 농민 김종기 씨가 송광매원 소식을 듣고 눈을 치우며 트렉터를 몰고 온 것이다. 서 대표가 먼저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덕분에 송광매원은 납기일을 지킬 수 있었다.

이러한 이웃의 정과 배려가 거저 돌아오겠는가.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는 "지역어른 잘 찾아뵙고 지역에 일 있으면 앞장서서 사회봉사 같이 하라"고 조언했다.

"시골에서 잘 살려면 지역 어른을 먼저 찾아가 대소사를 의논하고 마을 일을 찾아다니세요. 내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혼자선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농사는 혼자 짓더라도 사업은 이웃과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

머투방송 mtn에 소개된 송광매원 방송 보기

↑송광매원의 매화나무 농장. 1만 주에 이르는 매화나무 모두 500년 전 토종매화를 복원한 송광매다. ⓒ이로운몰↑송광매원의 매화나무 농장. 1만 주에 이르는 매화나무 모두 500년 전 토종매화를 복원한 송광매다. ⓒ이로운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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