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귀환과 '바이 코리아'의 재개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09.03.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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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인사이트]"IT와 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 기업 선호"

외국인의 귀환과 '바이 코리아'의 재개


봄소식과 더불어 시작된 증시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1,200 벽을 4전5기 만에 돌파하고 연중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 동안 증시 상승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되었던 △ 수급개선 △ 경기지표의 반전 시그널 △ 금융회사 부실처리 불확실성 해소 등이 아직은 미흡하지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발표되는 지표마다 사상 최악의 수치를 보여주었던 경기지표 가운데 일부 소비와 주택관련 지표들이 바닥확인 또는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 3월 위기설의 주범이었던 원화 환율과 한국의 CDS 프리미엄도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더불어 금융사의 부실처리 방향과 기업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불확실성이 희석화되고 있는 것도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3월 증시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아마도 수급 개선 그 가운데서도 외국인의 귀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7일 하루 동안 3,325억원 규모의 대규모 순매수를 비롯해 3월 한달 동안 1조5,483억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순매수하였다. 월간 규모로는 2007년 4월의 2조7415억원 이후 최대 규모이다. 연간기준으로도 2월 8614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감안하더라도 2009년3월 현재 누적기준으로 1조4,568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지난 2005년 이후 추세적으로 진행되어 온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이 멈춰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더불어 극단적으로 줄여놓았던 한국시장 비중이 금융시장의 안정화 조짐과 더불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바이 코리아' 시대의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2005년 3조439억원, 2006년 10조9059억원, 2007년 24조7124억원 그리고 지난 2008년 33조6026억원 등 지난 4년 동안 무려 72조2,648억원 규모의 대규모 순매도 행진을 하며 한국증시를 이탈하였다. 이에 따라 한때 국내증시 시가총액의 44%까지 차지하였던 외국인 비중이 3월27일 현재는 28%대로 급감한 상태이다.

현시점의 외국인의 한국증시로의 귀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요인은 환율안정이다. 이상 급등하였던 원화가치가 빠르게 안정을 찾으면서 환차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국내기업의 실적호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환율효과에 의한 경쟁력 향상과 중국의 내수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전하향정책과 자동차하향정책의 수혜로 주력산업인 IT와 자동차업계의 실적개선이 기대된다. 최근에는 석유화학까지 중국특수로 가동률이 급상승하며 당초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2분기 이후 외국인 동향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변수는 오는 5월로 예정되어 있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와 지난해 확정된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의 정식 발효(9월)에 따른 영향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강해지면서 그 의미와 영향력이 퇴색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 시 기대이상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이머징시장에서 선진국시장으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MSCI와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핫머니 중심에서 연기금으로 대표되는 중장기 자금으로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투자전략의 기본 개념 역시 이머징시장 시절의 국가차원의 거시지표 중심(GDP 성장률 등)에서 개별기업 차원의 미시지표(EPS성장률/안정성, 글로벌 경쟁력 등)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글로벌 스탠다드 차원에서 투자대상 종목을 선택할 것으로 보여 이미 글로벌 동종 그룹 대비 상당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 구조조정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IT와 자동차 등 국내 업종별 대표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시장의 열기가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다. 오랜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희망의 시간이 다가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전개될 시장의 흐름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개될 것이고, 주도주의 모습과 조건 역시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고 미리 길목을 지킨다면 변동성이 심한 2009년 증시에서 기대이상의 과실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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