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디스카운트', 정말 수긍 힘들어요"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9.03.2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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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레터]中·日기업들 "한국시장, 처음엔 '환대' 나중엔 '찬밥'"

"한국시장에 상장한 1호 외국기업이지만, 주가는 오히려 '차이나디스카운트'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에 상장했더라면 주가가 5배는 올랐을 겁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정말 수긍 힘들어요"


한국상장 외국기업 1호 3노드디지탈 (0원 %)의 리유쯔슝 회장(사진)의 말입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해 실적을 자랑스럽게 공개했습니다. 물론 환율효과가 있긴 하지만 매출액은 168%, 순이익은 104%라는 엄청난 성장을 했습니다. 더욱이 0.2주라는 파격적인 무상증자까지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주가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아쉬움을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시장은 너무 단기적으로 투자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3노드디지탈은 한국 증시가 한창 뜨겁던 2007년 8월에 상장했습니다. 상장하자마자 11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진기록을 남기며 당당히 입성했죠. 그러나 주가는 9월부터 하락하더니 86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조금 반등했다지만 지난 주말 종가는 1430원으로 공모가 2500원에 크게 못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예상보다 더 실적이 좋아진 기업도 주가가 이런데, 어떤 다른 중국기업들이 상장을 추진하려고 하겠습니까"

리유쯔슝 회장은 2006년 상장을 준비할 때 3년간 연평균 30% 성장을 자신했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더랍니다. 그러나 3노드디지탈은 지난해 영업이익 137억, 당기순이익 115억원을 거두면서 2009년 목표를 이미 달성했습니다.


중국의 한 괜찮은 기업이 '끓는 냄비'에 데었다면, 일본의 한 기업은 '식은 냄비'에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던 지난 2008년 11월. 일본 기업 최초로 한국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뒀던 티스퓨쳐가 결국 상장을 철회하고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언어·규제·법률문제 등 장벽은 높았고, 그렇다고 자본조달을 위한 기업가치 평가는 냉혹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정말 수긍 힘들어요"
교포 3세 한국인인 야스카와 코우(安川 鋼:한국명 안강·사진) 티스퓨쳐 대표는 1년 여간 삼성증권과 한국상장을 준비하면서 10억원 가량의 비용을 썼습니다. 한국 기업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든 셈이죠. 그러나 상법 등 여러 장벽을 넘어 상장을 강행했지만, 수요예측 후 야스카와 대표는 상장을 철회하기로 합니다.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에 꼭 상장하고 싶었지만 장벽은 높고, 평가는 싸늘했습니다"

야스카와 대표는 아무리 급락장이라지만 기업에 대한 평가는 터무니없이 낮았다고 합니다. 한국시장은 끓을 때는 활활 끓지만, 식을 때는 꽁꽁 얼어붙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겠죠.



2007년 전세계 증시가 호황을 맞으면서 많은 외국기업들의 유치활동도 활발했습니다. 그러나 모셔온 외국기업들이 초기에는 환대하다가 나중에는 '찬밥'준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실제 3노드디지탈 뿐 아니라 연합과기 (0원 %), 화풍방직, 코웰이홀딩스 (0원 %)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습니다. 지난주말 상장한 중국식품포장 (0원 %)도 상한가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두고 볼 일이겠죠.

리유쯔슝 회장의 말은 두고두고 뇌리에 남습니다.

"외국기업 1호라고 특별한 대우는 필요없습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받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쉶궗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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