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증시의 히트앤런(Hit&Run)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3.2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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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유동성 기대감이 실적 장세로 이어질지 주목

3주간 전 국민을 기쁘게 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이 났다. 아쉬운 준우승이었지만 최선을 다했고 전세계에 원없이 한국 야구의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국민들은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우승에 이어 WBC 준우승까지 이어지면서 야구는 그야말로 상한가다.

야구 용어 중에 히트앤런(Hit & Run)이라는게 있다. 말 그대로 '치고 달리기'다. '런앤히트(Run & Hit )'라는 것도 있지만 관중이 보기에 둘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타자가 반드시 타격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통적인 것은 주자는 무조건 뛴다는 점이다.



최근 코스피지수를 보면서 '히트앤런'이 떠오른다. 10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1220선까지 올라왔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성의 힘으로 코스피지수는 이미 2루로 뛰기 시작했다. 아직 펀더멘탈 개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히트앤런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히트앤런 작전의 위험성은 타자가 정확히 타격을 하지 못하거나 투수가 작전을 파악하고 피치 아웃을 할 경우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라인 드라이브나 플라이 아웃일 경우 주자가 1루로 귀루하기 힘들어 더블 아웃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가장 황당한 경우는 주자가 뛸려는 의욕이 앞서 너무 리드를 많이 하다 투수 견제로 아웃되는 것이다.



물론 평범한 내야 땅볼에도 불구하고 병살타를 당하지 않을 가능성은 높아지고 작전이 성공하면 주자는 단타에도 3루까지 진루할 수 있다.

미국이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내놓음으로써 금융부실 처리를 위한 큰 그림을 거의 완성했지만 실제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미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민간자본을 끌어 들여야 하는데 얼마나 참여할지가 불확실하고 부실자산들의 복잡한 구조는 가격 산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결정적으로는 1조 달러로 금융부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1조 달러로도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은 적지 않을 것이다. 긴급자금을 투입받고도 또 손을 벌리는 금융기관들을 이미 몇차례 목격했다. 2차 금융위기도 사실 이들 때문에 발발했다.

유동성과 경기부양책의 힘을 믿는 목소리도 크지만 유동성과 경기부양책의 부정적인 모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아 기대감만 반영되고 있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히트앤런 작전이 걸렸는데 공교롭게도 투수가 마쓰자카이거나 또는 이와쿠마인 셈이다.

증시의 히트앤런 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4월부터 시작될 기업들의 1분기 어닝시즌에서 어느 정도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또는 정책의 힘을 믿고 뛴 증시가 실적 장세로 연결되지 못하면 작전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타자는 최근 타격감이 최절정에 올라 있는 김태균(또는 이범호)이라는 점이다. 금융위기의 주범인 주택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잇따라 나오고 있고 기업실적들이 바닥을 통과한 것 같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에 대해 70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가 다시 등장했다. 과도하게 낙관적인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은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또 1200선 지지와 추가 상승을 위해 수급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외국인이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일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1200선에 다가가면 어김없이 매도해 왔던 패턴의 변화가 생긴데다 오히려 순매수 강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미국 금융부실 처리 관련 불확실성 축소,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 원달러 환율의 안정 등에 힘입어 견고한 주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추가 상승의 폭 및 강도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는 1분기 국내외 기업실적 발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의 경우 IT, 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실적이 당초 우려보다 나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금융회사의 실적 및 손실상각 규모, 제조업의 실적 악화 수준에 관심이 쏠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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