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관합동 부실 청소 1조$ 투입, 잘 될까?

뉴욕=김준형 특파원·안정준기자 2009.03.2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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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옵션' 성격 매력적, 증시도 급등 화답… "월가에 또 선물" 비판론도

미 정부가 금융권 부실자산 처리 세부방안을 공개했다.
민관투자펀드(PPIF:Public Private Investment Fund)를 통해 최대 1조달러 규모의 부실여신과 부실증권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재무 건전성 회복 및 신용경색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일제 급등하는 등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민간부문의 투자가 얼마나 이뤄질지 여전히 미지수인데다, 부실자산 처리 방식이 민간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납세자들의 부담을 극대화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 부실대출-부실증권 매입에 1조달러 투입



민관펀드 설립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지난해 조성된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기금(TARF) 가운데 750억달러~1000억달러가 할애된다.

복수로 설립되는 민관펀드의 자본금 가운데 50%는 정부가 출자하되, 민간 대 정부자금이 1대1의 '매칭펀드' 방식으로 동원된다. 민간부문의 투자가 없이는 부실자산 매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실제 투자는 민간 운용전문가가 맡는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합동으로 민간 투자자들이 은행권의 부실 대출과 증권을 사들이도록 지원하게 된다. 이들 민간 투자자들이 자산을 사들인뒤 비싸게 팔아 정부와 은행, 민간펀드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고질적인 부실여신(Legacy loan) 매입프로그램은 FDIC 주도로 이뤄진다.
재무부는 부실자산을 과도하게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간투자자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부실자산의 가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와 민간 투자자들은 은행권의 부실 대출을 공동으로 구입하며 FDIC는 재무부와 투자자들이 제공받게된 자금의 여섯배까지를 보증하게 된다.
이는 레버리지(차입비율)를 6배로 제한, 과도한 차입비율로 인한 펀드의 부실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이다. FDIC는 이들이 구입한 은행 대출의 경매를 제한하게 된다.



PPIF에 투입되는 자금의 나머지 절반은 부실증권(Legacy securities) 매입에 투입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간자산 담보부 대출창구(TALF)의 규모를 확대, 본래 AAA 등급이었던 모기지 담보부증권(MBS)를 사들이게 된다.

◇ "두자릿수 수익 기대" 손실 한정 '콜옵션' 성격

부실자산 매입계획 성패의 열쇠는 민간투자자 유치에 달려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부문이 많은 관심을 표명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연금펀드나 자산운용사 등 장기 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설립자 빌 그로스는 재무부 발표 직후 "처음으로 나온 윈-윈 정책"이라며 민관투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잠재적으로 두자릿수 이상 수익을 올려 이를 고객과 납세자들이 나눠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금융주를 중심으로 3대 주요지수가 모두 급등하고 있다. 밀러 타박 자산운용의 버드 해즐렛 대표는 "재무부의 부실자산 처리방안은 여전히 구체성이 미흡하지만 이전보다는 명확한 계획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전문가이자 와튼스쿨 교수인 제레미 시겔은 "민간투자자들로서는 콜-옵션과 같은 성격을 지닌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낄만하다"며 성공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과도하게 저평가된 자산을 정부보증을 통해 신용을 보강, 높은 값에 팔게 되면 수익률은 극대화되는 반면, 만약 손실이 날 경우 정부의 보증을 통해 공공자금으로 메워지기 때문에 투자자의 위험은 한정된다는 의미이다.

◇ "납세자 부담으로 월가에 또 선물" 비판

하지만 재무부의 계획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납세자의 돈으로 금융부실을 뒤처리 해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더글러스 엘리어트 연구원은 "재무부의 계획은 납세자들의 부담을 지나치게 늘릴 위험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제임스 갈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 역시 재무부의 계획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재무부의 계획은 은행과 월스트리트에 대한 또하나의 거대하고도 비효율적인 선물이며 손실은 납세자들이 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CNBC가 재무부 발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납세자의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이 57%로 그렇지 않다는 의견 32%를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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