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진원' 美주택시장, 봄바람 솔솔?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9.03.1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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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주택착공 급증, 경기회복 기대감↑… "한달 더 지켜보자" 관망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에 소생의 봄기운이 살랑인다. 지난달 주택착공 건수가 예상을 뒤엎고 급반등하고 최대 버블지역이던 남부캘리포이나지역의 가격하락세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레 높아지고 있다.

◇ 美주택시장 회복 '신호탄'?= 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2월 주택착공건수가 전월(47만7000채)대비 22% 급증한 58만3000채(연율기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9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며,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45만 채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주택착공이 북동부 지역에서 무려 89%나 급증했다. 콘도, 아파트, 타운하우스 등 다가구 주택 건설이 크게 늘었다.

앞으로의 건축 경기를 반영하는 2월 건축허가도 감소할 것이란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증가했다. 전월 53만1000채 대비 증가한 54만7000채를 기록했다. 이 역시 블룸버그가 집계한 50만 채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 같은 '깜짝' 증가세는 오바마 행정부가 본격적인 주택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으로 건설업체들이 주택 착공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750억 달러의 주택 시장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또 최대 버블지역중 하나로,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졌던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집값 움직임이 지난달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나며 기대를 더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MDA데이터퀵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디에이고 등 6개 카운티가 속한 남부 캘리포니아지역의 2월 주택 중간가격이 25만달러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나 하락한 수준이지만 전달인 1월과 같은 가격이다.


월별 집값이 하락세를 멈춘 것은 최근 10개월래 처음이다.

시장은 일제히 반기는 분위기다. 미셀 메이어 바클레이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주택착공 증가 소식은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라며 "금융시장과 경제 회복에 따라 주택 착공 건수가 하반기 바닥을 도달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복이 아직도 그다지 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로 마감했다.

◇ "아직 바닥일리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 바닥을 점치긴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새 집이건 헌 집이건 간에 사려는 사람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그럼에도 주택 착공이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전미주택건설업연합(NAHB)의 데이비드 크로우 이코노미스트는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 활동은 최소 수준 정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주택착공이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지난해보다 47%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 2006년 초 고점일 때보다는 74%나 낮다.

건설 허가도 지난해보다 44%나 줄었다.

건설업체들은 새로 공사에 착공하기보다는 팔리지 않은 재고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주택압류도 증가세로, 지난달 미국의 주택압류 건수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났다. 매매도 압류된 주택들의 경매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High Frequency Economics)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셰퍼슨은 "신규 주택 판매는 감소세인데 비해 주택 공급은 매달 기록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주택 건설이 증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주택시장이 바닥을 디뎠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리서치업체인 라잇슨ICAP는 "건축 허가가 다음달에도 증가세를 나타낸다면 주택건설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RDQ이코노믹스의 존 라이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이 아직 단 기간내 회복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유지한다"며 "주택 착공은 향후 수개월 내에 최저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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