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혜주' 문구에 도취되지 말라"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2009.03.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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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중국도 세계경제 회복돼야 성장

"'中수혜주' 문구에 도취되지 말라"


2001년 WTO 가입으로 중국은 국제경제사회의 일원으로 본격 등장했다. 중국은 곧 바로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전세계 상품공급 기지로서 급부상했다. 수출 급증과 그에 따른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5년 연속 10%가 넘는 가파른 성장을 경험했으며, 세계경제의 확실한 성장엔진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 인접한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의 달콤한 부산물을 맛볼 수 있었다.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20%를 넘어설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심해졌다.

주식시장에서도 2007년 상반기까지 대세 상승세가 전개되는 동안 가장 주목을 끈 테마가 '중국 수혜주'였다. 주가순이익배율(PER)이 30~40배에 이르는 중국 수혜주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해당기업의 주식에 투자했을 시 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30~4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중국 수혜로 인한 높은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해당기업의 주가는 분명히 고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그 당시 해당기업의 적정가치, 즉 PER 30~40배 또는 그 이상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논리가 '중국 수혜주'였고, 전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실제로 그 밸류에이션에 대한 정당성을 의심하는 투자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와 주식시장의 붕괴를 가져왔다. 그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 인하 랠리 등을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본격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상당규모의 재정정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1년 GDP에 맞먹는 4조 위안이라는 엄청난 재원을 바탕으로 내수경기를 부양하고 SOC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지난해부터 사천성 지진피해 복구, 농촌지역 가전제품 구매 시 보조금 지급 등의 재정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그 효과는 최근 중국 수입 감소세 둔화와 고정자산투자 증가세 확대 등을 통해 드러나는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2조 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중국경제가 전세계 경제 위기 탈출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면 또 다시 ‘중국 수혜주’가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 수혜주가 중국 수혜주'였는지 되짚어 보자. 중국이 2000년 이후 세계 원유 소비 증가분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철강, 구리 등 주요 원자재의 수요 점유율이 20%를 넘어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고도 성장은 사실상 해외수요, 특히 선진국 수요를 근간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EU 지역에 대한 수출에서 벌어들인 자본으로 투자를 늘렸고,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소비도 급성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침체로 인한 해외수요 위축 상황에서는 중국경제도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2월 수출증가율은 -25.7%로, 중국이 경제를 개방한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1989~1990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선진국을 비롯한 해외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수부양책에만 기대서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이 중국이고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누적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 재편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50%에도 이르지 못한 산업화 정도를 고려하면 농촌 낙후지역 개발에 따른 중국의 성장모멘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경제에 막연한 기대를 갖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며, 현시점에서 '중국 수혜주'라는 막연한 환상 또한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 수혜주'란 '세계 경제 수혜주'와 같은 말이 된다. 세계경제의 회복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만 쳐다본 성급한 기대가 자칫 회복하기 힘든 손실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수혜주'라는 달콤한 문구에 무분별하게 도취되는 우(愚)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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