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자금의 성격상 초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했던 만큼 MMF의 투자대상인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콜 등으로 재차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해소하기 위한 카드였지만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다.
자산운용사는 신규 자금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법인 MMF 수탁액을 오는 5월말까지 3개월간 단계적으로 줄여 50조원 아래로 끌어내릴 방침이다.
또 불어나는 자금에 비해 투자대상인 CP, CD 등 초단기 채권의 '씨'가 말라붙자 MMF의 수익률 악화를 우려한 '고육책'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자산운용사들은 투자대상이 없자 제로 금리에 가까운 은행 예금에 예치하면서 수익률 악화를 불러 기존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MMF에서 빠져 나간 자금이 의도대로 만기가 긴 채권으로 이동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업의 자금 수요에 맞춰 초단기로 들락날락하는 법인 MMF 자금은 90일 미만 단기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선 운용에 '엇박자(미스 매칭)'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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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은행권의 신규자금은 수시입출금과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단기 상품으로 60%가량 유입됐고 기업에서 맡긴 돈도 급여 지급 등 자금 사정에 따라 수시로 입출금이 돼야 하는 단기성 자금"이라며 "이를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면 환매와 운용기간의 엇박자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 MMF에서 환매하면서 자연스레 법인 MMF 수탁액이 줄겠지만, 여유자금이 들어오면 지금 같은 금융 불안기엔 결국 MMF로 다시 들어올 것"이라며 "자산운용사가 MMF를 통해 돈을 받지 않는다면 은행의 경우 CP나 CD, 콜 등에 직접 투자에 나서므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결국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거나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에 투자해야 하는데 결국 MMF의 투자대상과 비슷한 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법인 MMF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해 국고채로 이동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김순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부터 법인 MMF의 신규로 유입된 월평균 자금인 6조원을 감안해 5월말까지 3개월간 18조원의 신규자금이 끊긴다면 이번에 빠져나갈 6조원을 합해 총 24조원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분기별로 자금 운용을 하는 법인이 자금의 일부를 안정성이 보장되는 국공채로 돌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