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미국발 경제위기를 예측한 프린스턴대 신현송교수는 미국이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과 달리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그는 그런 입장에 한 발짝 물러섰다고 한다.‘부실은행을 방치하면 잃어버린 10년을 자초한 일본과 닮은 꼴’이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주식시장이 먼저 희망을 본 것일까?
지난주 미국증시에 나타난 몇 가지 이벤트가 가져온 주가상승은 미래의 희망에 대한 배팅성격이 강하다. 다 죽어 가는 줄 알았던 씨티은행이 1~2월에 수익이 발생하여 1년 만에 가장 좋은 분기실적을 기록할 기세이며, 두 달간 세전 영업이익이 83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다우지수는 그날만 5.8% 상승하였다. 문제는 이 영업이익이 손실상각 등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수치라는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별 문제 없겠지만 매 분기마다 엄청난 규모의 손실상각을 해온 은행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여 250억 달러를 지원받아 사실상 국유화의 길을 걷는 은행의 이익추정에서 이것을 가볍게 넘긴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그런데 그래도 주가는 올랐다! 씨티은행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은행주가, 더 나아가 다우지수가 5% 이상 상승한 것이다. 시장은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희망에 배팅한 것이다. 그리고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올 들어 1~2월에 순익을 기록했다고 밝혀 시장에 불을 질렀다. 여기에 소매판매까지 2개월 연속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미국 양대 부실은행인 씨티그룹과 BOA의 실적 호전소식과 소비가 개선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미국증시를 3일 연속 랠리로 이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주식시장이 먼저 희망을 본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아무도 모른다’이다. 지난주 미국증시의 급등은 장기간 하락으로 탈진에 빠진 투자자들이 신기루를 본 것일 수도 있고, 경기보다 항상 선행한다는 주식시장이 첫 시그널을 보낸 것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겪어보지 않은 일을 먼저 말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픔이 될지, 엄청난 이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차분히 냉정하게 시장을 짚어보아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것’은 미래의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