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지속…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은

머니투데이 유일한 MTN 기자 2009.03.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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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우리증시는 어제 금융통화위원회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등 대형 이벤트를 무사히 치렀습니다. 다우지수가 7000선을 이탈하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엔화 급등을 이유로 25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코스피는 올들어 1000~1200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선방인데요. 아직 3월 위기설 같은 불확실한 변수도 남아있구요. 시장의 중심에 서서 하루 하루 피를 말리며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유일한 기자 자리에 나왔습니다.





1 작년 10월과 11월 폭락의 일부를 12월에 만회한 이후 코스피는 내내 박스권 흐름입니다. 먼저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들은 이기간 무엇을 사고 팔았는지 궁금합니다.

네. 잠시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한 표를 보면 기관들이 매수한 종목과 매도한 종목들이 나와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대형주 매매는 큰 패턴이 안보이고 코스닥시장의 대형주 매수가 많았다는 겁니다.



거래대금 기준 순매수 1위는 태웅이었고, 거래량 기준 코스닥순매수 1위는 서울반도체였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기관의 매수는 코스닥 대형주에 주로 유입됐습니다. 반면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중소형주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데 주력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서울반도체를 단기간 10% 가까이 매집하는 전술을 펴기도 했는데요. 일부에서는 가장 큰 펀드를 운용하는 미래에셋이 코스닥시장 종목을 너무 심하게 산게 아니냐고 지적도 하던데요. 심지어 확대해서 보면 펀드가 공시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뒤집어보면 그만큼 기관들이 매수할 만한 거래소 종목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측면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기관들은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정체되거나 일부 펀드는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가뜩이나 증시가 1200, 1000을 박스권으로 하는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에 지수관련 대형주로는 욕심을 낼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3월 위기설이나 제너럴모터스 파산, 금융회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 많아 펀드매니저들의 애가슴을 태우는 듯 합니다.


2 올해 펀드 수익률은 어떤가요. 좀 눈에 띄는 펀드들이 있던가요.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있는데 펀드 매니저라고 무슨 수로 높은 수익을 내겠습니까. 그림을 보면 최근 수익률이 높았던 펀드가 있는데요. 대부분 중소형주나 가치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펀드가 대부분입니다.



올들어 국내주식형에서 1조3909억원, 혼합채권형에서 3조3217억원이 순유출되고 MMF로만 35조2984억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들어왔습니다. 이러다보니 펀드매니저 같은 큰 주식을 사서 수익률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요즘 우리 증시의 현실입니다.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한 이러한 중소형주 장세는 지속될 수 있습니다. 기관들은 이속에서 때로는 단기투자도 하고 때로는 저평가 발굴도 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애를 쓸 거 같습니다.

3 박스권이 오래 지속됨에 따라 펀드매니저들 고민이 많을 듯 한데요. 언제부터 주식을 사겠다 이런 얘기 없던가요.



네 아무래도 그렇게 자신있는, 확신에 찬 전망이나 전략은 찾아보기 어렵더라구요. 대신 우리나라 산업의 큰 그림을 진단한 운용사 매니저의 고민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지금은 언제 주식을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주식을 사야하는지가 중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던데요. 이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나 현대중공업 포스코 현대차처럼 반세기 업력을 지닌 대기업들은 거의 성숙기에 들어왔다고 보더군요. 오랜기간 기술력도 닦고 경쟁력을 키워 현금을 꾸준히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들 기업은 부가가치가 더 높은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판매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성숙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러면 고용이 줄기 마련이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겠죠. 그래서 이들 기업이든 아니면 정부 차원이든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 투자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던데요.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증시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데, 전형적인 산업구도 재편의 과정이라는 판단입니다.

정부는 녹색 신성장 기업을 1000개 정도 육성한다는 계획인데요. 정부 투자도 한계가 있고 은행들이 알아서 투자해주길 기대하는 것도 그렇고 증시에서 관심이 높아지면 그만큼 자금조달도 수월해지는 선순환이 기대됩니다.



펀드매니저들이 단조 풍력 LED 관련주를 사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무엇보다 기술주 버블 때와 달리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4 시장전망은 어떻게 하던가요. 1000이 붕괴된다고 보는 매니저도 있다는데요.

물론 극단적인 비관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면 문제를 풀 수 없겠죠. 분명히 2000개 가까운 상장사중에는 이 와중에도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있을 겁니다. 사상최대 이익을 내는 기업도 있을 거구요. 이런 기업들이 하나둘 증가하면 증시가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무엇보다 시중유동성은 지금 단군 이래 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부한데요. 부동자금만 300조원이라는데, 10%만 증시로 와도 30조원입니다. 아마 그러면 시장이 엄청 뜨거워질 겁니다.



분명한 것은 반토막 난 기업들이 수두룩할 정도로 가격이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당장은 겁에 질려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많던데요. 코스피가 1300, 1400까지 가면 환매가 더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진통을 거쳐 언제일지 모르지만 1700, 1800까지 오르면 그때 펀드로 돈이 들어올 거 같습니다.

5 요즘 환율이 증시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인데요. 펀드매니저들은 환율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네. 두달 넘게 환율이 증시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수 뿐 아니라 종목도 환율에 따라 등락을 반복합니다. 환율이 급등하면 은행주와 키코주가 급락하고 환율이 떨어지면 반등하는 식입니다. 환율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금융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1400원대 환율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해도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는 기업이 적지않다는 겁니다. 한 펀드매니저의 말을 들어보면 이같은 현상이 바로 역샌드위치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이런 기업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하던데요. 이 펀드매니저는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주식비중을 많이 줄였는데, 환율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인 접근을 하더라구요.



환율상승은 기업 실적에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성향이 있습니다. 아마 본격적인 환율 상승 효과는 올해부터 기업 실적에 반영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물론 키코 가입이 많아 자본잠식이 되거나 매월 수십억원을 은행에 물어야하는 수출 기업들은 예욉니다. 조심히 접근해야하는데, 사업보고서를 보면 파생상품 가입현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꼭 확인해야합니다. 환율이 1600원 넘어가면 시장 전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환율 수혜주가 부각되기 어렵겠죠. 지금처럼 1400, 1500이라면 환율 상승으로 인해 실적이 턴어라운드 되는 기업에 주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사실 요즘 같은 경기나 금융상황에서 수출주가 오르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 희망을 얘기하는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6 아마 요즘 같은 종목장을 기다리던 펀드매니저도 있을 듯 한데요. 좀 시원한 수익률을 내는 펀드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던데. 좀 밝은 얘기좀 해주시죠.

네, 자산운용사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펀드가 한국밸류자산운용의 10년 가치펀드일텐데요. 어제 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이채원 부사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한달전보다 목소리가 많이 밝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부사장은 시스템 위기는 지나간 거 같다, 금융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며 코스피도 저점 890을 깨지 않을 거 같다고 하더군요. 위기의 질이 바뀌었다는 건데요. 시스템 위기에서 실물위기로 전이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 부사장은 실물위기는 겁이 안난다고 했는데요. 다시말해 안좋은 섹터는 안사면 된다는 거죠. 시스템 위기 속에서 주가는 모두 다 안 오르지만 실물 위기 때는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구슬을 골라 집중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이 부사장은 시가총액 상위 20개중 의미있게 이익이 느는 기업이 별로 없어 지수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수급적으로도 대형주가 오를 만한 여건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수는 900~1200에서 지루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상황에서 실적이 느는 기업은 사야한다고 하던데요. 올해를 관통하는 테마는 양극화라는 말은 하던데, 좋은 기업을 고르는 건 순전히 투자자와 전문가들 몫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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