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빠진 돈 메우기 힘들다"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9.03.02 13:36
글자크기

FT "IMF 등 국제기관 지원여력 한계 분명"

2년 전까지만 해도 수조 달러의 투자금이 유입됐던 아시아와 남미, 동유럽권 등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자금난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금융기관(IIF)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이머징마켓에 유입된 순수 현금 유동성은 1650억 달러로, 지난 2007년 같은기간의 9290억 달러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전 세계가 장기간 침체에 접어들면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위기에 대처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관이 보유한 지원 자금 규모는 제한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이머징마켓의 충격을 흡수하기엔 정부와 국제금융기관 등 공적기관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민간자금 이탈…갭(gap) 메우기 힘들다 = 일부에선 선진국, 특히 미국 정부가 자국의 경기부양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모든 현금을 빨아들이면서 이머징마켓의 문제가 심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간투자 감소가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재무부 출신인 브래드 셋서는 "민간 부문이 긴축하면서 실제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수요가 감소한 데다 은행과 투자자들이 대출을 줄이고 있어서 이머징마켓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투자 감소를 상쇄할 만한 기관은 IMF나 세계은행(WB), 신흥국의 지역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 뿐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자금균형을 잃지 않고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상태다. 셋서는 "침체가 지속되는 기간 내내 민간부문의 이머징 투자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며 금융기관들의 대출은 늘지 않을 것"이라며 "갭을 메우긴 힘들다"고 말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WB 산하의 국제재건개발은행(IBRD)이 이머징마켓에 대한 대출을 연간 350억 달러로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존 대출규모에서 2~3배 늘어났을 뿐, 수백억 달러가 필요한 자금난을 잠재우긴 역부족이다.


지난달 27일 WB 산하 유럽개발은행 등은 동유럽 금융권에 310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위기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평가다.

◇ "중국, 도와줘" = IMF가 유용 가능한 자금은 현재 142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500억 달러다. IMF는 최근 일본으로부터 할당액 이외에 1000억 달러를 추가로 대출받았다.



하지만 IMF에 손벌리는 동유럽 국가들이 늘고 있어 이 자금은 빠른 시일내에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이 IMF 자금을 수혈 받았으며 터키도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 IMF 총재는 "IMF의 대출 한도를 5000억 달러로,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이먼 존슨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IMF가 헝가리 아이슬란드 등 이머징마켓을 살리려면 2조 달러는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IMF가 이제 자금을 마련할 곳은 외환보유액이 많은 중국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들로부터 자금을 받긴 쉽지 않아 보인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FT와 인터뷰에서 IMF 지원금을 늘리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보다 먼저 투표권과 대표선출권, 개도국의 발언권을 늘려줘야 한다"고 못박았다. 미국 주도의 현 IMF운영체계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럽과 일부 IMF 관계자들은 "(개도국의)투표권과 자금 기여도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지만 자금 확충을 위한 중국의 역할 증대는 간절한 입장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