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트레스 테스트', "채찍보단 당근"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2.2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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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 추가 지원, 자본확충 6개월 시한..조기 국유화 없을듯


-'자본지원 프로그램', 우선주 통해 자금지원
-'최악' 견딜수 있도록 자금투입
-보통주 의무전환은 7년뒤


미 금융시장 안정 여부의 키워드가 돼 온 은행 자산건전성 평가,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의 구체안이 베일을 벗었다.



재무부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스트레스 테스트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은행 국유화가 이른 시일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부실은행에 대한 '채찍'보다는 오히려 추가지원이라는 '당근'쪽에 가깝다는 점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 19개 은행 대상, 4월말 완료..이후 6개월 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날부터 공식 시작됐다.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재무부산하 통화감독청(OCC), 저축기관감독청(OTS) 등 미 주요 금융감독기구 인력이 총 동원된다.

그중에서도 전국 및 지역은행들의 재무상태를 감독하는 통화감독청이 실무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은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 대형은행들이다. 재무부는 개별 은행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씨티,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간을 비롯, 미국을 대표하는 19개 은행들이 여기 포함된다.

재무부는 스트레스테스트를 4월말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 은행들은 6개월 내, 다시말해 올해 10월까지, 민간자본을 유치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재무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한다.



기존의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도 이를 새로운 '자본 지원 프로그램(CAP:Capital Assistance Program)'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원을 받는 은행들은 자금사용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제한이 가해진다.

◇ 내년 성장률 -3.3% '최악 시나리오'가정, 자금소요 산정

감독당국은 은행들의 장부를 샅샅이 검토, 앞으로 2년동안 얼마정도의 추가 자본이 필요할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자금소요는 현재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한 '기본 시나리오'는 물론, 앞으로 2년간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 경기지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자금 소요를 계산한다.

'기본 시나리오'는 GDP성장률이 올해 -2%, 내년에는 플러스 2.1%를 가정하고 있다. 실업률은 올해 8.4%, 내년은 8.8%, 주택가격은 올해 14%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시나리오는 GDP성장률이 올해 -3.3%, 내년에는 +0.5%를 가정했다. 실업률은 올해 8.9%, 내년에는 10.3%, 올해 주택가격 하락률은 22%를 상정했다.



공적자금투입은 재무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안정대책 가운데 '자본 지원 프로그램(CAP)'으로 명명된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자금투입은 '의무 전환 우선주'형태로 이뤄지며 보통주로 전환되면 의결권을 갖게 된다.

재무부는 당시 '금융안정대책'에서 감독당국으로 구성된 '금융 안정신탁(Financial Stability Trust)'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CAP프로그램을 통해 금융기관들에 자본을 투입해 민간자금 추가 조달을 위한 '가교' 및 완충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힌바 있다.



◇ '7년뒤 보통주 자동전환', 잠재부실 현실화 때도..조기 국유화 배제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 은행 주주들을 포함한 시장 관계자들의 초미의 관심은 '국유화'여부이다.

정부가 자금투입 대가로 보유하게 되는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자금지원 규모에 따라 해당은행들의 최대주주가 돼 사실상 '국유화'가 이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들의 경쟁력이나 법적 절차에 대한 논란은 물론,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 내지는 완전 감자 가능성이 은행 주가 및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를 압박해왔다.



재무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당장은 국유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의무 전환 우선주는 자동으로 보통주로 전환돼야 하지만 그 시한을 '7년후'로 멀리 잡아뒀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은행이 요구해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는다면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고, 반대로 은행이 우선주를 재매입해 정부돈을 갚을수도 있다.

물론 부실이 너무 심각해져 자본확충이 불가피하게 되면 '국유화' 시기는 앞당겨질수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은 이와 관련, 전날 상원 증언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가혹한 상황'을 가정해 산정한 잠재부실이 현실화 될 경우에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재무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우선주에 9%의 배당수익률을 부여했다. 보통주 전환가격은 재무부가 '금융안정계획'에서 밝힌 대로 계획 발표일 전날인 2월9일 종가에 10% 할인된 가격으로 고정됐다.



이후로도 금융주 주가가 추가로 떨어진다면 전환이 불가능해 전환가격을 추가로 낮춰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정부는 금융시장이 안정돼 주가가 반등, 공적자금 회수규모를 극대화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업종 주가는 2007년 10월 고점대비 80% 폭락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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