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상속, 휴전선 넘어 가능한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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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형제간 유산 상속을 그린 영화 '간큰가족' 한장면.↑ 남·북 형제간 유산 상속을 그린 영화 '간큰가족' 한장면.


6·25전쟁 당시 북한에 남겨진 자녀들이 남한에 있는 계모를 상대로 100억원대 유산 분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실제로 분배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에 사는 윤모씨 4남매는 최근 고인이 된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계모 권 모씨 등을 상대로 "상속재산 일부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들이 소송을 낼 자격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법원은 윤 씨가 부자 관계를 밝힐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면 소송 자격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각하하게 된다. 반면 윤 씨가 고인의 아들이란 사실이 입증된다면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된다.

이들은 상속 부동산의 일부와 25억 원을 요구했다. 심리가 진행된 후 이들에게 유산이 상속된다면 고인의 유산 중 30% 정도가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고인의 유산이 법적 문제 등으로 북한에 직접 현금화 돼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유권 이전등기 등을 통해 고인의 재산이 윤 씨 명의로 변경돼 남한에서 그대로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



남한에 살고 있는 이들 남매의 큰누나가 선임한 변호사는 "선교사를 통해 북한 주민대장과 동영상 등으로 이미 가족임을 확인했다"며 "상속권을 인정받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조계에선 북한 주민도 우리 법원에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윤 씨가 고인의 자녀임이 확인되면 심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판례도 있었다.

지난 2005년 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씨의 손자가 동의 없이 할아버지의 책을 출판한 남한 출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도 출판사가 1만 달러를 지급하고 남한에서의 출판권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또 지난해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6ㆍ25전쟁 중 납북된 북한 주민 이모(82)씨가 남한에서 보유하고 있던 자기 땅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 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이 늘 것에 대비해 관련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앞으로 이처럼 북한 주민이 상속권이나 남한 내 재산권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며 "통일을 위한 과도기로 보고 이런 소송이 한꺼번에 터지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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