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필수설비' 합병 인가조건되나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9.02.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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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기류변화..최 위원장 "합병과정서 필수설비 개선안 마련"

KT가 소유하고 있는 전주와 관로 등 통신 필수설비가 KT·KTF합병 인가조건의 주요 쟁점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T가 갖고 있는 필수설비 제도 개선방안을 합병과정에서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KT 필수설비에 대한 제도개선을 KT·KTF 합병건과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방통위의 입장에서 다소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관련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필수설비' 왜 문제가 되는가

현재 KT·KTF 합병을 반대하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 케이블TV사업자들은 KT의 필수설비에 대해 조직분리 또는 중립화를 요구하고 있다. KT의 필수설비가 KT·KTF 합병과정에서 새삼스럽게 불거져나오는 이유는 필수설비가 합병KT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는 이런 합병 반대진영의 의견에 전혀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합병이 안된 지금도 KT는 전주와 관로를 갖고 있는데 왜 합병이후에 필수설비가 문제가 되느냐는 항변이다. 오히려 KT는 이번 합병이 국내 통신시장뿐 아니라 방송통신융합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처럼 같은 시장환경을 놓고 두 진영의 의견차가 크게 엇갈리는 것은 경쟁상황을 평가하는 시각차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KT 진영은 합병KT가 두려운 이유는 합병KT의 결합상품과 유무선 망내할인 상품이 갖는 시장파괴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통위는 조만간 시내전화 등 요금인가대상 상품을 포함한 결합상품의 할인율을30%로 상향할 예정이다. 따라서 합병KT는 마음만 먹으면 최대 30% 할인율을 적용한 결합상품을 언제라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초고속과 시내전화 할인율을 최저로 낮출 경우 이동전화 요금을 최대 반값에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반KT진영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이동전화시장 지배적사업자로 이동전화 할인율 30% 제한을 받는 SK텔레콤을 비롯해 LG텔레콤은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응수단이 없다.



여기에 합병KT는 시내전화와 이동전화를 모두 서비스하고 있어 접속료 부담없이 시내전화 1987만명과 이동전화 1436만명간 유무선 망내할인상품도 제공할 수 있다.

KT 입장에선 요금할인에 따른 매출 감소를 늘어나는 가입자 매출로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을 뿐 아니라 반값 이동전화를 앞세워 다른 유무선통신 가입자를 싹쓸이할 수 있다고 반KT진영은 우려하고 있다.

◇필수설비 규제, 어느 수위까지



결국 반 KT진영은 이처럼 예상되는 합병KT의 독주를 막기 위한 핵심 제어수단으로 KT 시장지배력의 원천인 필수설비의 중립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KT는 자사가 보유한 통신주 관로 가입자망 등의 대체설비가 존재해 필수설비가 아닐 뿐 아니라 합병심사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경쟁법상으로는 KT의 주장처럼 KT가 이미 보유한 필수설비는 합병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쟁제한성 평가에 집중하는 공정위와 달리 합병인가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방통위는 경쟁을 포함한 포괄적인 공익기준, 취득인의 적격성여부, 통신자원관리의 적정성여부 등을 모두 심사한다.



한 통신전문가는 "이미 방통위가 KT 필수설비를 전기통신설비 의무제공제도 등을 통해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망 존재여부 등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방통위가 향후 방송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이번 합병심사를 통해 그동안 신규사업자 진입, 투자확대, 품질경쟁 등을 제약했던 KT필수설비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방통위가 KT 필수설비와 관련, 유명무실한 기존 가입자선로공동활용(LLU)제도의 활성화 계획을 KT로부터 제출받고 그 시행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수준의 방안을 인가조건에 담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KT-KTF합병심사와는 별개로 필수설비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방통위의 입장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 KT진영은 앞으로 인가조건에 합병 이후에도 필수설비 논란이 지속될 경우 강제적인 조직분리 및 기능분리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안전판을 넣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공산이 크다.



합병인가심사에 본격 착수한 방통위가 과연 합병심사 뿐 아니라 향후 방송통신시장 경쟁환경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KT 필수설비와 관련 어떤 수위의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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