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銀 "EU가 동유럽 지원해야",EU "글쎄…"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2.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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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유럽연합(EU)이 디폴트 위기에 빠진 동유럽 국가 지원에 앞장서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EU는 동유럽 국가에 대한 직접적 지원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동유럽 국가들의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세계은행 "EU가 동유럽 지원 주도해야"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 기구들과 붕괴 위기에 놓인 동유럽 국가들을 돕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EU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죌릭 총재는 "이를 위해서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유럽이 1989년 단일 지역으로 통합되기 시작한 후 20년이 지난 지금 가장 큰 비극은 유럽이 다시 분할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격감하고 자국 화폐 가치가 추락하는 등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서유럽 국가들의 금융권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 1조7400억달러 규모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현재 10%에 달하는 디폴트 비율이 더욱 치솟을 경우 결국 서유럽 국가들의 금융 안정성은 물론 전세계 경제 역시 심각한 악영향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무디스는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비중이 높은 서유럽 은행들에 대해 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우선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속속 포기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금리 인하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뜩이나 추락한 자국 통화 가치가 더 급락해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갈 수 있기 때문이다.



◇ EU, 동유럽 지원에 미적지근한 반응

동유럽에 대한 위험 노출이 심각한 오스트리아가 앞장서 EU의 동유럽 국가 지원을 촉구했지만 EU 재무장관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유럽통화동맹(EMU)을 비롯한 복잡한 경제 상황이 엮여져 있다. 유로존 가입 국가들의 경우 재정적자 상한이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묶여 있어 함부로 정부 자금을 지원하기 힘든 상황이다.



EU 산하 유럽경쟁위원회(EC) 역시 세계은행과 국제기구들이 동유럽국가 지원에 협력할 것이지만 국가대 국가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혀 일단 EU 차원의 지원에 선을 그었다.

호아킨 알뮤니아 EU 통화담당집행위원은 "동유럽 국가들은 제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있으며 일부는 EU 회원국이고 또 일부는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해법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알뮤니아는 동유럽 지도자들의 환율에 대한 발언이 오히려 불안감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발언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특정인을 꼽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터스크 폴란드 총리는 앞서 폴란드 정부가 즐로티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 역시 환율 방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시사했다.



◇ 동유럽, EU 주도 지원 촉구

알뮤니아는 "특히 동유럽 국가들 가운데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들이 환율 방어에 나선다고 공공연하게 밝힐 경우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 국가들의 미적지근한 반응과는 달리 동유럽 지도자들은 EU 주도의 강력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리투아니아 총리는 "동유럽의 가파른 경기침체가 서유럽 은행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EU당국이 동유럽 국가들의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동유럽 국가들의 유로존 가입도 앞으로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MU 가입을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이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유럽 국가 위기가 어떻게 해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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