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관행이 그때 그때 달라진다면…"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02.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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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결정

[현장클릭]"관행이 그때 그때 달라진다면…"


살다보면 얇은 지갑이 야속할 때가 많습니다. 집을 장만하거나 결혼을 준비하려면 큰 돈이 들어갑니다. 카드 값을 막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도 있을 겁니다. 피치 못해 은행을 찾곤 하지요.

한 곳만 가는 건 아닙니다. 다른 은행이나 저축은행을 찾기도 합니다. 이미 대출을 신청했더라도 보다 좋은 조건이 보이면 그곳으로 갑니다. 주택대출은 금리가 0.1%포인트만 달라도 연간 이자가 수백만원 달라집니다.



얘기를 돌려보겠습니다. 우리은행이 최근 10년 만기 외화 후순위채권을 조기상환하지 않기로 한 것이 논란입니다. 5년 이내에 조기상환하는 게 금융권 관행이라고 합니다. 우리은행이 2004년 발행한 4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이번에 5년이 됐습니다.

조기상환하면 같은 금액을 또 다시 빌려야 하는데, 이 경우 3000억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투자자들은 난리입니다. 관행대로 일단 돈을 갚고, 그만큼 채권을 다시 발행하라는 겁니다. 그러나 3000억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순이익보다 큽니다.



우리은행의 관행을 깬 결정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 올리고, 한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본질이 왜곡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산규모 300조원의 은행이 한국을 흔들진 못합니다.

우리은행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2일 459bp→17일 626.7bp)한 것도 근거로 제시되는데 실상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CDS는 채권이 부도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료 성격입니다. 10년 만기 후순위채 CDS는 10년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설정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5년으로만 했다고 합니다. 우리은행이 조기상환 하지 않으면 보험기간을 5년 더 늘려야 하니 당연히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관행만 믿은 IB들이 잘못을 우리은행에 떠넘긴 셈이죠.


우리은행을 자문한 외국계 A사의 행태에는 입이 벌어집니다. A사는 당초 우리은행에 "조기상환이 적절치 않고 문제도 없다"고 자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며칠 뒤 A사의 투자관련 부서는 "우리은행의 오판으로 금융권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 하네요. 외국 투자가가 최대 주주인 시중은행도 후순위채권을 조기상환하지 않은 적이 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관행이 때로는 규정보다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그때 달라지는 관행이라면 얘기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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