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조 SK에너지 '구자영 체제' 본격화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09.02.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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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사회서 구 사장 등기사내이사 추천, 3월 주총서 확정 후 대표이사 선임 수순.

SK에너지가 '포스트 신헌철 체제'로 구자영 총괄사장 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구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SK에너지는 16일 이사회 추천을 거쳐 오는 3월 13일 주주총회에서 구 사장을 등기사내이사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내달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인 구 사장은 SK에너지에 합류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국내 4대그룹의 주력 계열사 수장에 오르게 된다. 단숨에 연매출 48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임원 인사 때 SK에너지 내 4개 CIC(사내회사) 사장 중 한 명인 구 사장을 총괄사장에 임명한데 이어 이날 이사회를 거쳐 등기이사 후보로 올렸다.

그동안 신헌철 대표이사 부회장과 공동 경영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신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구 사장이 단독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2007년 7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 한 뒤 SK에너지는 지난해 초부터 CIC 제도를 운영해 왔다. 국내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R&M, 해외유전개발 및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R&C, 신규사업 및 연구ㆍ개발 부문을 담당하는 P&T, 사내 경영지원을 담당하는 CMS 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CIC 사장이 각 부문을 책임지도록 했다.

그동안 현 대표이사인 신 부회장이 4개 CIC 업무를 조율하면서 최 회장을 대신한 대외 업무를 맡아왔다.

미국 버클리대 재료공학 석·박사 출신으로 엑손모빌 기술연구소 혁신기술 자문위원 등을 지낸 구 사장은 지난해 1월 엑손모빌에서 SK에너지 P&T 사장으로 스카우트 됐다. 이후 2차전지, 수소스테이션 등 SK에너지의 신규사업,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매출이 48조원에 육박하는 SK에너지 내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매출 비중으로만 따질 때 1%가 채 안 된다. 정유 부문과 해외유전개발 부문의 매출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 수준이다. 앞으로 당분간 매출보다 투자금액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구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한 것은 그만큼 미래성장동력으로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지난해 인사 때 구 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그룹내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장기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오는 2013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총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8ㆍ15 경축사를 통해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면서 구 사장의 사내외 입지가 급부상했다.

지난해 4월부터 지식경제부 신성장동력기획단 에너지·환경분과 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면서 대외적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내에서 구 사장은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스마일맨'으로 통한다. 실적발표 때 처음 본 기자나 애널리스트들의 송곳 질문에도 언제나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면서도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 얘기가 나오면 열변을 토하는 전문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기자 간담회나 세미나 장소에서 비춰지는 구 사장은 항상 메모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신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뗀 후 부회장으로서 대외활동에 치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SK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신 부회장은 "부회장으로서 대외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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