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금융기관, 녹색코드 맞추기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2.1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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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그린 오피스화하겠다."(청와대) "공항의 녹색혁명 이룬다."(한국공항공사) "저탄소 녹색성장의 길, 코레일이 이끌어가겠습니다."(한국철도공사) "녹색기술, 청색마을, 함께 하는 농촌진흥청."(농촌진흥청)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하면서 공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을 막론하고 '녹색'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녹색과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금융과 IT 분야에서도 ‘녹색금융’, ‘녹색IT’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국내에서 녹색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단연 청와대. 청와대는 지난 15일 그린 면회소 ‘연풍문’(年風門)을 준공하며 그린오피스를 향한 첫발을 뗐다. 지열을 냉·난방에 활용하고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이 건물은 일반 건물에 비해 에너지를 20% 정도 아낄 수 있다.

청와대는 모든 건물의 실내조명을 에너지 효율이 좋은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으로 바꾸고 사무공간의 유리와 창호도 단열효과가 큰 제품을 써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 이상 절감할 계획이다.



녹색성장이라는 테마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또 다른 곳은 정부와 밀접한 공기업들이다. ‘녹색공항’을 표방한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10일 향후 5년간 친환경 기술개발과 탄소저감시설 등에 2300여억원을 투자해 전국 14개 공항을 '그린 에어포트'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내용은 청와대와 흡사하다. 태양열, 지열 발전시설 등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공항 사용 전력량을 30% 줄이고, 활주로 지역의 항공등화 5000여 개를 친환경 저탄소 LED 전구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그린네트워크 녹색경영 비전을 선포한 한국철도공사도 녹색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중 하나다. 38조원을 투자해 동력비용 절감효과가 큰 전기 기관차를 확대하는 등 에너지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철도공사의 핵심 비전이다.


언뜻 보기에 녹색과 무관한 금융에도 녹색바람은 거세다. 정부가 녹색금융과 녹색펀드를 조성해 유망 녹색기술과 산업에 대한 민간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기 전부터 몇몇 은행들이 속속 ‘녹색금융’ 리스트에 명단을 올렸다.

대표적인 곳이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을 단장으로 한 '녹색금융 경영추진단'을 발족한 데 이어 ‘녹색경영 실천 자전거 시승식'도 벌였다. 녹색산업 지원을 위한 대출상품과 친환경 관련 예금상품을 통해 녹색금융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은행의 보도자료는 문장 하나에 '녹색금융·경영추진단, 녹색경영, 녹색산업, 친환경, 그린마케팅, 녹색금융' 등 녹색과 연관된 표현이 무더기로 등장했다.

녹색성장이 글로벌 화두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또 녹색성장 전략을 장기적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도 상당하지만 내실 없는 '생색내기'나 '코드 맞추기' 또는 '눈치보기' 식의 녹색 바람은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코드 그린'이 청와대 눈치를 보는 식의 '코드 블루하우스'가 돼서는 안 된다"며 진정성을 갖춘 '녹색성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윤상훈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정부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법을 밀어 붙이는 등 정책 드라이브에 걸고 있는데 여기에 편승하기보다 녹색성장이라는 의미에 걸맞는 내용을 담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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