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이 스타벅스와 손 잡은 까닭은?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2.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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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프리미엄 커피시장의 합종연횡

동서식품이 스타벅스 커피를 판다?

국내 프리미엄 커피의 RTD(Ready To Drink) 시장에서 동서식품은 실제로 그렇게 한다. 바로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스타벅스' 커피다. 브랜드는 '스타벅스'지만 제조 판매는 국내 커피회사인 동서식품이다.

커피 전문점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면서 프리미엄급 RTD 커피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프리미엄급 RTD 커피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커피를 소매상에서 구입해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캔이나 컵, 병 등에 에스프레소 전문점의 브랜드가 달린 포장커피를 지칭한다.



동서식품이 판매하는 스타벅스 커피는 프리미엄급 RTD 커피다. 동서식품은 맥심 맥스웰 등 자사 브랜드 이외에 국내에 출시되는 스타벅스 RTD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권리를 구입했다. 물론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한 것이다.

RTD 커피에 타사 브랜드를 달아서 파는 음료회사는 동서식품 말고 또 있다. 롯데칠성 (129,800원 ▼3,000 -2.26%) 역시 프리미엄급 커피인 ‘칸타타’로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엔제리너스와 제휴해 컵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사의 커피 제조기술과 브랜드가 있음에도 에스프레소 전문점의 브랜드를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엔제리너스는 롯데그룹의 계열사 브랜드이고, 롯데칠성이 커피음료 전문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동서식품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유통업계 집계에 따르면 극심한 불황기였던 지난해 4분기 커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 불황에 강한 라면의 판매가 13%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다.

이 집계에는 프리미엄급 RTD 커피시장에 대한 통계가 분류돼 있지 않지만 최근 롯데칠성과 엔제리너스를 비롯해 웅진식품, 광동제약 (5,850원 ▲50 +0.86%) 등이 각각 할리스 커피, 탐앤탐스 등과 손을 잡거나 제휴를 검토 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시장의 급성장을 짐작케 한다.

업계에서는 하락세에 있는 차음료를 대체할 새로운 음료시장으로 프리미엄 커피를 꼽고 있다. 동서식품이 스타벅스와 손잡고 시장 선점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동서식품이 스타벅스와 손 잡은 까닭은?


◆가격은 역시 로열티


최근 맥도널드가 자사의 커피브랜드 맥카페의 TV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같은 커피를 가격이 다른 커피라고 알려준 뒤 맛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참가자들은 비싼 커피가 더 맛있고 좋은 향이 난다고 답했다.

커피의 맛과 품질에 대한 평가가 가격에 좌우되는 소비자의 습관을 꼬집은 광고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한물 간 ‘된장녀’ 열풍을 다시 몰고 올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다.



스타벅스 상표가 붙은 ‘동서식품 커피’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파고든 상품이다. 동서식품의 심리전은 가격에서 드러난다. 스타벅스 RTD 제품은 시중의 같은 용량의 제품보다 20%에서 많게는 80% 이상 비싸다. 일종의 브랜드 가격이다.

동서식품은 스타벅스 RTD 제품에 대한 스타벅스의 국내 상표권과 원두를 제공받고 로열티를 지불한다. 동서식품은 계약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신세계 소유의 스타벅스 코리아가 스타벅스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판매액의 5%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서식품-서울우유, 서로 '내 상품이다'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는 어느 회사 제품일까? 이 같은 궁금증이 생기는 이유는 동서식품과 서울우유 모두 자기 회사 홈페이지에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를 자사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자사 홈페이지의 커피음료군에, 서울우유는 우유류의 가공우유 군에 각각 스타벅스 디스커버리를 올려놓았다. 평소 스타벅스 음료로만 생각했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엉뚱한 두회사가 자기 제품이라고 다투는 꼴이다.

사실 스타벅스 디스커버리는 세개의 회사가 합작한 제품이다. 스타벅스는 원두를 선택하고 볶는 과정을, 동서식품은 공급받은 원두를 액상으로 추출하는 과정을, 서울우유는 액상커피를 우유와 배합해 포장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책임진다.



캔과 병 제품이 동서식품 제품이라면 컵은 서울우유가 만든다. 동서식품은 지난 2005년 스타벅스와 액상커피음료의 수입이나 제조 및 판매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바꿔 말하면 국내에서 스타벅스의 상표가 붙은 RTD 제품은 동서식품이 독점으로 상표권을 얻었다는 얘기다.

다만 동서식품은 우유의 함량이 중요한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 컵커피의 제조와 판매에 대한 위탁계약을 서울우유와 맺은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동서식품이 냉장유통에 대한 시설과 노하우가 부족하고, 서울우유는 커피음료 개발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이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커피음료를 합작한 서울우유는 스타벅스와 유제품을 혼합한 새로운 히트상품을 고심했다. 서울우유 관계자에 따르면 동서식품과 위탁계약을 맺으면서 떠먹는 요구르트 형태의 스타벅스 요거트와 서울우유에서 출시한 ‘비요뜨’처럼 도시락 모양의 유제품 출시를 검토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비용 문제로 무산됐다. 커피와 유제품 모두 미생물에 의한 오염이 쉬워 설비투자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는 컵 제품 하나에 집중하게 됐다.

◆스타벅스 RTD, 매장 맛과 다르다

고급스럽고 맛깔스럽게 포장된 편의점 스타벅스 커피를 보면 손이 저절로 간다. 왠지 스타벅스 로고의 인어아가씨가 맛과 품질을 보장해 줄 것만 같다. 실제로 매장과 편의점의 스타벅스 커피는 같은 맛일까?



국내의 스타벅스 매장공급을 담당하는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본사에서 공급하는 원두를 매장에서 추출해 곧바로 고객에게 제공한다. 동서식품의 스타벅스 시리즈 역시 이미 볶은 원두를 들여오고 있다. 똑같이 배전된 원두를 쓴다는 의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대량생산체제로 가동되는 RTD 제품은 원두를 분쇄한 후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매장에 비해 길다. 매장은 추출 후 보통 30분, 적어도 3시간 이내에 고객에게 제공하지만 대량생산체제에서는 이 시간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커피 전문가는 “커피의 맛은 공기 노출이 적을수록 맛과 향이 유지된다. 좋은 커피는 원두를 볶은 후 최대 3주, 분쇄 후 3일이 지나면 산화돼 못쓰게 된다"며 "액상으로 운반된다면 이보다 더 빨리 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진공을 유지하려 해도 완벽한 진공상태란 없기 때문에 산화를 막기는 한계rk 있다는 의견이다.



동서식품의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 커피는 서울우유에 액상으로 제공된다. 결국 매장에서 먹는 스타벅스 커피와 편의점에서 구입한 스타벅스 커피는 같은 상표지만 서로 다른 맛을 지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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