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떨어지는데 휘발유값 왜 올라?

김창익 기자, 김보형 기자 2009.02.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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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휘발유값 기준인 '싱가포르 현물가' 상승, 환율도 오름세

서울 강남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8)는 12일 출근길에 주유를 하다 최근 연일 오르는 휘발유값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라디오 뉴스에서 국제유가는 1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날 휘발유값은 ℓ당 1637원으로 주유할 때마다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이다. 계산해 보니 연초에 비해 ℓ당 2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한번 주유할 때마다 1만5000원 가량, 월 주유비로 따지면 6만~8만원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국제유가(11일 현지시간 기준)는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한 달래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국내 휘발유 가격(11일 기준)은 38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61달러(4.3%) 하락한 배럴당 35.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15일 이후 최저치다.

반면 석유공사의 석유가격통계정보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이날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1480.25원으로 전날(1478.35)에 비해 1.9원 오르며 38일 연속 상승했다. 연초(1298.89원)에 비하면 14% 가량 올랐다.



국제 유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거꾸로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 결정 구조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로서는 '정유사들의 폭리'를 탓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다르다. 국제유가(원유)는 국내 휘발유(석유제품) 가격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거의 없이 움직인다.

97년 석유제품 수입 자유화 조치 후 국내 휘발유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휘발유 가격에 연동된다. 국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싸면 즉각적인 수입이, 반대의 경우 수출이 이뤄져 국제-국내 휘발유 가격차가 항상 제로(0)에 수렴하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반 토막이 나도, 국제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다. 실제 국내 휘발유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과 1~2주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국내 휘발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 휘발유 가격(옥탄가 92)은 11일 기준으로 배럴당 58.01달러로 연초(1월2일 기준 배럴당 42.65달러)에 비해 36%가량 올랐다.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폭이 국제 휘발유 가격의 그것에 비해서는 오히려 작은 편이다.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이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휘발유 수요가 계절적인 요인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남반구의 경우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자동차 이용이 증가 추세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정유업체들이 휘발유 역마진 상황에서 예년보다 정기보수 시일을 앞당겨 공급량은 감소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도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유가와 국내 휘발유 가격의 역행 현상에 대한 일반인들이 오해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국내 도입 원유는 중동산 두바이유인데, 국제 유가 추이는 주로 미국산 WTI나 브렌트유를 중심으로 보도가 된다는 점이다.

현물시장에서 두바이유 가격은 11일 배럴당 44.60달러로, 연초에 비해 2달러 가량 올랐다. 원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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