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생각' 주식형펀드 환매 슬금슬금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9.02.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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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하루평균 150억 빠져

"지난 해 증시 급락으로 펀드에 질린 고객들이 원금 수준만 회복되면 조금씩 환매하는 분위기다. 이미 자산 정리 0순위로 펀드를 꼽는 이들이 많다"

국내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자 국내주식형펀드에서 환매 자금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200까지 오른 이후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부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 증권사 PB센터 직원은 "신규 가입 문의는 거의 없고 2006년 이전 거치식으로 펀드에 가입한 이들 중 일부 고객들이 원금이 회복되자 부분 환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코스피지수가 1500~2000선까지 치솟을 때에는 고객들이 오히려 지수 흐름에 동요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지수 향방을 점칠 수 없어 이익까지 바라지도 않는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B 증권사 직원도 "환매가 많다고 볼 순 없지만 코스피가 1200선을 오르내리면서 지난 달보다 문의는 늘었다"며 "긴급 자금 마련에는 펀드 정리가 1순위라며 손절매성 환매를 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C 은행 직원은 "'1200만 가면 펀드 팔아야지'라고 했다가 '조금만 더 참으면 1400~1500도 가지 않겠냐'는 고객도 있지만 지수 반등으로 고객들이 환매를 고민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와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이달 들어 국내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ETF) 제외)에선 875억원이 빠져나갔다. 일평균 유출액이 146억원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해 10월(일평균 -228억원) 이후 최고치다. 올들어서 빠져나간 금액만 1094억원.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한 달간 1451억원이 유입됐다.

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물던 증시를 답답해 하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코스피 1200'은 심리적 목표선이었다"며 "상반기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과거 펀드에서 회수한 자금이 다시 펀드로 투자되는 선순환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용미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상품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아 주식형펀드로 바로 자금이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지수가 1000선 안팎이 돼야 저가 매수를 타진하는 이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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