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맷집' 인정, 디커플링은 '글쎄'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2009.02.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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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악화·기업 이익 감소에 '디커플링'은 무리

개장 직후 1160 초반까지 밀렸던 지수가 기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전날 오바마 정부가 내놓은 금융구제방안에 대해 미국 증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급락했다.

금융위기의 해법에 대한 기대로 버티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지만 시장 표정은 예상밖으로 의연하다. 지난해 가을과 같은 분위기라면 장중 사이드카가 발동될 법 하지만 코스피시장은 의외로 강한 '맷집'을 과시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도 제한적이다. 전날 해외 증시 급락에 이날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지만 외국인의 장중 순매도 규모는 400억원 내외에 그치고 있다.

IMF가 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이나 다른 이머징국가보다 올해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 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등 한국 경제가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한국 증시는 눈에 띄게 강하다.



일부에서는 한국 증시와 선진국 증시의 디커플링을 이야기한다. 코스피시장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배경은 과연 '맷집'이 아닌 '체력'일까.

올들어 코스피시장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디커플링으로 확대할 만큼 펀더멘털 측면의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다고 업계 전문가는 강조한다.

우선 전날 미국 증시가 급락한 것은 심리적으로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그 배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침체의 골이 깊은 미국 경제가 한두 차례의 금융구제방안이나 경기부양책으로 V자 회복을 보이리라 기대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동안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를 올려놨고, 뉴스가 발표되자 조정의 빌미가 된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구제방안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 데는 이 같은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

큰 틀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상태에서 보다 구체적인 접근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며, 미국 증시를 끌어내린 재료가 국내 증시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국내 증시가 외부 충격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배경으로 중국과 외국인이 꼽힌다. 중국이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실시, 수요가 일부 살아나면서 철강을 포함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댈 곳'을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의 매도가 주춤한 것도 충격파에 따른 낙폭을 좁혀주는 요인이다. 외국인 매매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해외 악재와 상당히 높은 상관성을 보였으나 올들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달러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된 데다 해외 투자가들이 자산 상각을 위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어느 정도 지나갔고, 국내 증시 비중을 줄여놓은 것도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약해진 이유다.

하지만 수출과 내수 지표가 여전히 내리막길이고, 기업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디커플링' 논리를 끄집어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부장은 "한국의 주가와 환율 수준,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매력적이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디커플링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장중 주가 추이는 선진국과 차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추세적으로는 저항선에 부딪혔다가 흘러내리는 모습"이라며 "새로운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상승보다는 조정 압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영향과 외국인 매도 완화로 악재에 대한 내성을 보이고 있지만 펀더멘털 측면의 디커플링을 얘기하기는 부적절하다"며 "중국 관련 종목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제품 가격이 다시 하락할 경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중 코스피지수는 118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외국인이 코스피와 선물시장에서 각각 360억원, 3600계약 순매도한 반면 개인 홀로 774억원, 3200계약 순매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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