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재용 전무의 고민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9.02.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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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진원지 미국서 해법 찾기..'NEXT'에 대한 고민

[현장+]이재용 전무의 고민


"반도체 다음엔 무엇인가" "삼성을 먹여 살릴 다음 아이템은 무엇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좀처럼 이런 고민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지난달초 서초동 삼성전자 신사옥 지하 1층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 물었다. "요즘 반도체와 LCD 시장이 어려운 데 다른 대안에 대해 고민하신 게 있나요?"

이 전무는 "제가 (반도체 LCD 경기를)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라면 제가 더 고민을 많이 했겠죠"



그러나 이 전무는 수년전 사석에서 당시 공직에 있던 모 인사와 만나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건비가 싼 중국에 생산기반을 두는 것이 유리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아 고민이다." "삼성을 먹여 살릴 차세대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부문이 7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LCD 부문도 사업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이 전무는 사장단 인사 전에 인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그날 같이 오찬을 들었던 A사장에게 답변을 넘겼다. 그리고 2주 뒤인 지난달 16일 삼성은 그룹 창사 이래 최대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 전무가 당시 A사장과 사장단 인선과 관련해 논의를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단순한 오찬자리가 아니라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자리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이 전무가 지난 6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주요 고객사들을 만나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이 전무는 지난해 7월 이전에 글로벌고객총괄(CCO)일 때는 해외 바이어들을 적극 만났으나 특검 이후에는 행보를 자제했다.


지난해 7월 CCO 자리에서 물러나 '백의종군'을 선언한 후 7월 21일에는 2008년 하반기 지법인장 회의에 참석하고 이어 8월에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맞춰 베이징을 방문한 후 이스라엘 연구소와 일본 전자상가를 둘러봤다. 또 11월 6일에는 방콕에서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난데 이어 같은 달 15일에는 방한한 앨고어 전 미 부통령과의 만남을 가졌다.

앨고어와의 만남은 하버드 동문으로, 파월과의 만남은 류진 풍산 회장의 초청으로 이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상당부분의 활동이 그룹 경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큰 밑그림 그리는' 차원에서의 행보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방미는 애플과 AT&T 등 주요고객사들과의 협력방안 논의를 통해 글로벌 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지난 7월 어려운 지역을 방문해 시장개척에 나섰겠다고 밝힌 이 전무에게 다가온 글로벌 경기침체는 미국이든 어디든 현재 어렵지 않은 지역이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방미는 그래서 위기의 진원지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부터 챙기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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