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좀처럼 이런 고민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지난달초 서초동 삼성전자 신사옥 지하 1층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 물었다. "요즘 반도체와 LCD 시장이 어려운 데 다른 대안에 대해 고민하신 게 있나요?"
이 전무는 "제가 (반도체 LCD 경기를)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라면 제가 더 고민을 많이 했겠죠"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부문이 7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LCD 부문도 사업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이 전무가 당시 A사장과 사장단 인선과 관련해 논의를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단순한 오찬자리가 아니라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자리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이 전무가 지난 6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주요 고객사들을 만나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이 전무는 지난해 7월 이전에 글로벌고객총괄(CCO)일 때는 해외 바이어들을 적극 만났으나 특검 이후에는 행보를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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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CCO 자리에서 물러나 '백의종군'을 선언한 후 7월 21일에는 2008년 하반기 지법인장 회의에 참석하고 이어 8월에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맞춰 베이징을 방문한 후 이스라엘 연구소와 일본 전자상가를 둘러봤다. 또 11월 6일에는 방콕에서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난데 이어 같은 달 15일에는 방한한 앨고어 전 미 부통령과의 만남을 가졌다.
앨고어와의 만남은 하버드 동문으로, 파월과의 만남은 류진 풍산 회장의 초청으로 이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상당부분의 활동이 그룹 경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큰 밑그림 그리는' 차원에서의 행보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방미는 애플과 AT&T 등 주요고객사들과의 협력방안 논의를 통해 글로벌 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지난 7월 어려운 지역을 방문해 시장개척에 나섰겠다고 밝힌 이 전무에게 다가온 글로벌 경기침체는 미국이든 어디든 현재 어렵지 않은 지역이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방미는 그래서 위기의 진원지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부터 챙기자는 의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