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 미인주의 조건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2009.02.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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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선을 목전에 둔 부담에다 전날 해외증시 하락이라는 단기 악재까지 겹쳤음에도 시장은 견조하다. 외국인이 7일 연속 '사자'에 나선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제한적인 숨고르기를 보이고 있다.

펀더멘털을 보자면 답이 보이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같은 장에 강한 저력을 보이는 종목은 어떤 것들일까.



미인주의 조건으로 단연 손꼽히는 것이 외국인의 '입질'이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국내 주식을 덜어내기만 했던 외국인이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이 사들이는 종목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외국인 매수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우선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근접, 아시아 이머징 국가의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화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주식이 싸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비중 확대다. 장기간 한국 주식의 비중을 줄여놓은 외국인이 이제 포트폴리오 채우기에 나섰다는 것. 외국인이 월간 기준으로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 12월 이후 주로 사 모은 주식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KB금융, 한국전력, 포스코 등 국내 업종 대표 종목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경쟁력도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 하강과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대표 종목들을 선취매한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미국의 신용경색이 안정되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된 데 따라 외국인이 주식을 공격적으로 팔아 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진 것도 매수의 배경으로 언급된다.

주요 제품의 단가 및 가격 지표 상승도 미인주를 양산하는 요인이다. 발틱운임지수(BDI)가 대표적이다. 이날 해운주와 조선주의 강세는 전날 BDI 급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BDI는 168포인트 급등한 1316을 기록했고, 지난해 12월 5일 660에서 두 배 가량 급등했다.


장중 한진해운이 5.5% 급등했고 현대상선도 6% 가까이 올랐다. 대한해운과 STX팬오션 역시 각각 4% 가까이 상승했다. 현대중공업도 2% 이상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BDI는 향후 해운업종의 시황을 읽을 수 있는 선행지표로, 최근 노후 선박 해체가 많아진데다 중국 철강업체와 브라질 철광석 업체의 가격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데 따라 해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박 운임은 단기적인 변동성이 크지 않아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호재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경제지표와 기업이익이 여전히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펀더멘털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장이지만 주요 산업의 제품 단가와 가격 지표가 오르면서 관련 종목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나타고 있다"며 "D램 가격이 상승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반사이익을 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재평가도 상승 테마로 꼽힌다. 한국특수형강과 KG케미칼 등 일부 중소형주의 상승이 자산 재평가의 반사이익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회계제도의 변경에 따라 보유 부동산이나 증권 등 자산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그 규모가 전체 회사 규모에 대해 비중이 큰 종목들의 흐름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펀더멘털 악화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승을 제한하고, 정책 기대감이 하방 경직성을 높여 지수 등락의 영역을 좁힌 가운데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테마가 다양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라며 "테마에 따라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것과 단기적인 시세 형성에 그치는 것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450억원 순매수하는 가운데 1188.68을 기록, 전날보다 6.69포인트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0.8% 내렸고, 미국 나스닥100 선물은 23.75포인트 큰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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