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9.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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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천박한 물신주의 문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혼자 부리는 욕심은 탐욕이라고 타박 받는다. 하지만 욕심은 정당하다고 믿는 게 인간인 모양이다. 20세기의 큰 실험 중 하나인 공산주의가 현실로 태어났지만 결국 붕괴했다. 그래서 더욱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시장경제는 한껏 부동산 거품과 금융거품을 즐겼다. 그러다가 된서리를 맞고 신음 중이다.

탐욕에 끌려 떠돌 수밖에 없는 게 생명의 본질같아 안타깝다. 문득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떠오른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위에 초록의 양광이! 떨어질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탐욕은 과잉생산, 과잉 소비를 낳았다. 아니 미치광이 광(狂)생산, 광(狂)소비를 전염시켰다. 과잉설비, 과잉부채, 과잉고용이라는 거품을 키웠다. 내 자식에게만 베푸는 과잉보호가 정당화 됐다. 탈세와 편법증여로 자산을 상속했다. 또 최고경영자(CEO)라는 막중한 자리를 세습했다. 큰 부자나 서민이나 '살인마 강호순'이나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는 예삿일이 됐다.

◇탐욕은 과잉생산, 과잉소비를 낳아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오래전 비타민 영양제의 TV광고 카피다. 건강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부, 예절, 양심, 인간관계 등 배우고 갖춰야 할 덕목이 많다. 그런데 개구쟁이라도 좋다니….

조금 과장하면 '개망나니'라도 좋다는 말인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요즘 TV프로그램도 딱한 세태를 반영한다. 대체로 애 비위만 맞춰주는 게 사랑인줄 믿던 부모가 어찌! 해볼 도리없이 망나니로 자란 어린 자식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전문가들의 원칙있는 바른 상담과 교육으로 정상적인 아이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요즘 '살인마 강호순'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남의 자녀 죽여 놓고 자신의 자녀만 중요하냐?"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면 그의 아들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는 부정(父情)에 대한 분노다.


어떤 재벌은 룸싸롱에서 놀던 새파랗게 젊은 아들이 얻어맞자 깡패를 동원하면서 손수 주먹질을 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의당 대학교육비와 결혼비용을 부모가 짐지고 취직못한 자녀의 용돈까지 대주어야 보모 노릇한다고 믿게 됐다.

◇벌건 대낮 결혼식 때 왜 촛불은 켜나?

오늘날 결혼 풍습은 동서양 뒤죽박죽 짬뽕이 됐다. 혼주(婚主)가 누구인가. 옛날에는 12~15살짜리 어린아이를 장가보냈다. 그러니 혼주는 어른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장가(丈家)라는 게 바로 장인댁, 신부댁이다. 삼촌 등 보호자와 함께 가서 신부댁 앞마당에서 혼례를 치룬다. 그렇게 장인댁에 한동안 눌러 살았다.

그런 후 신부와 대동해 '시(媤)집'을 왔다. 약간의 예물과 함께 시댁 어른들께 인사를 드린다. 그것이 대추와 닭인 폐백(幣帛)이다. 그런데 30세가 넘은 성인 남녀를 두고 왜 부모가 혼주인가. 벌건 대낮 결혼식장에 왜 촛불인가. 장가도 들지 않은 후 폐백(?)을 올린다.

과소비는 어떤가. 아마 집집마다 쓰지도 않는 판촉물 손목시계가 두세 개쯤은 나올 것이다. 30평 정도면 적당한 수준인데 40평 아파트에 무리해서 산다. 자가용도 '한 단계' 높여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의 지적 능력이나 가정형편 모두를 보아 사치인 사람까지 대학교육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대졸 고학력 청년 백수라는 사회현상인 과잉학력은 이제 사회의 큰문제가 됐다.

요즘은 문란한 과섹스(過sex)를 탐해서인지 정자 부족증이 증가일로에 있다. 한국 대표적 신문에 광기어린 칼럼이 실렸다. 남미 어떤 산맥에 비행기 추락사고가 있었다. 그들은 동료 사망자의 인육(人肉)을 먹고 버텼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물신사상이나 같지 않은가. 공개지면을 더럽혔다.

사실 지금 겪고 있는 경제 위기는 경제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의 붕괴가 아니가 싶다. 이런 천박한 물신주의 문화들이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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