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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2009.02.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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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장세 가능하지만 연속성은 '글쎄'

내친 김에 1200까지?

더 달리자고 보니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이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글로벌 경기 침체 문제다.

4일 장중 코스피지수는 1200에 바짝 다가섰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간 박스권 안에서 저점을 높여 온 터라 이번에는 한 번 넘어보자는 강한 결의가 느껴진다.



물론 주가가 터무니없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증시 주변 유동성이 풍부하다. MMF 잔액은 110조원에 달하고, 은행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고수익 기회를 찾는 자금도 적지 않다. 외국인이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순매수했고 이달 들어서도 '사자'를 지속, 4년 가량 내다팔면서 떨어뜨려놓은 한국 비중을 다시 회복시키려는 움직임이다.

투자 심리도 나쁘지 않다. 한국과 미국간 CDS 프리미엄 차이가 지난해 10월말을 정점으로 축소, 신용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개선된 것을 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는 아직 아니라 해도 경기지표 악화가 완화되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한국 증시의 상대적인 강세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 및 실물경기가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이미 예상한 악재에 호들갑 떨지 않겠다는 심리도 주가 하단을 받쳐주는 버팀목이다. 여기에 전날 발표된 미국 경기지표도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상승의 배경으로 꼽히는 호재들이 저항선 1200을 새롭게 볼만한 이유로는 약하다는 지적이다. 12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예상을 뒤집고 6개월만에 반등했고 기존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6.5% 증가하는 등 일부 경기 지표가 호전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저항선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기에는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것. 주요 증권사는 현 시점의 시장 PER을 11배로 판단하고 있고, 올해 이익 전망을 어둡게 보는 리서치 센터에서는 13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은 더 가중될 공산이 크다.


조재훈 대우증권 부장은 "최근 나온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이 사실이지만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준일 뿐 본격적인 실물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기는 힘들고, 펀더멘털이 악화되는 가운데 일부 긍정적인 신호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국내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시장의 PER을 13배로 판단하고, 10배 내외로 밀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금융회사 부실과 실물경기 하강이 진행중이고, 기업 구조조정이 이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수요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하반기 미국 경기가 저점을 다지지 못하면 국내 기업의 실적과 고용은 이 때부터 오히려 더 급속하게 악화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난해 3% 경제성장률을 이뤘지만 기업 이익은 30% 감소했다"며 "지금까지 기업 이익이 10% 증가한다는 데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지만 전망치가 계속 낮춰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4%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들어 국내 증시가 아웃퍼폼한 것은 펀더멘털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수급 상황을 보더라도 외국인 매수를 제외하면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증시 주변 유동성이 풍부한 것이 사실이지만 주식시장으로의 실질적인 유입은 미미하다는 것.

단기적으로 펀더멘털의 뒷받침 없이 유동성의 힘에 의한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연속성을 자신하기 힘들기 때문에 추격 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박스권 상단에서 보유 주식을 털어야 할까. 조재훈 부장은 "업종별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어 이익의 안정성과 성장 모멘텀을 갖춘 종목으로 트레이딩을 하는 전략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장세는 과거의 실적보다 자동차와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전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업종 가운데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매수 기회를 엿보고, 관련 제품의 단가 상승을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틱운임지수(BDI지수) 상승에 따라 해운주가 상승하고, 반도체 D램 가격 반등에 반도체 종목이 반응하는 움직임이 이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 일순위가 아니라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장중 코스피지수는 2% 이상 오르며 1190에서 등락하고 있다. 외국인은 300억원 이상 순매수, 6거래일 연속 '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각각 50만원과 5만원을 뚫고 오르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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