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사장 '속탄 세월'..이발소 다녀오세요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9.02.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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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은 1년여 동안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발광다이오드(LED)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니치아와 특허전쟁을 끝낼 때까지 머리에 손을 대지 않기로 했고 그게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서울반도체는 신호등이나 자동차 등 모든 디스플레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부문 국내 1위이자 세계 6위 업체. 그러나 지난 4년간 고객사들을 만날 때마다 ‘니치아와의 특허분쟁’을 우려하는 고객들때문에 시장 확대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허분쟁 불확실성에 대해 주식시장의 평가도 냉정했다. 서울반도체의 내재가치보다 낮은 시장의 평가로 인해 그동안 주가가 저평가돼 속앓이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저녁 7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발광다이오드(LED) 업계 CEO 간담회 취재 차 찾은 이곳에서 만난 이정훈 서울반도체 (8,490원 ▲10 +0.12%) 사장은 '긴 머리'였다.



이 사장은 2007년 10월부터 머리카락에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긴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일본 니치아화학공업과의 특허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상징이었다.

"제가 결심한 것이 있는데, 뭘 보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있다. 기다리는 것을 볼 때(특허분쟁해결)까지 머리를 안 깎겠다고 지난해 10월 초 결심을 했다. 그 뒤로 머리카락에 손 하나 안 대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초 기업설명회(IR)장에서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지난해(2007년) 10월'은 서울반도체에 우울한 달이었다. 니치아가 서울반도체의 백색 LED에 대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3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한 달전인 9월에도 니치아는 "서울반도체가 특허를 침해해 1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이 사장은 2006년에는 담배도 끊었다. 니치아가 특허 문제로 처음 '딴지'를 걸었을 때였다. 아침마다 조깅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니치아와의 특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있어야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마침내 전쟁에서 이겼다. 지난주 니치아는 서울반도체의 특허를 인정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독일을 제외한 한국 일본 미국 영국에서 진행 중인 30여건 안팎의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끝 모르는 불황의 터널에 들어서 있고 크리, 오스람, 삼성, LG (84,700원 ▲100 +0.12%)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떠오른 LED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때에 더 이상 특허분쟁에 체력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고 니치아가 판단한 것이다.



이 사장의 막힌 가슴이 이제야 뚫렸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일본 니치아와의 특허분쟁이 종결된 이후 주가에 채워져 있던 족쇄도 풀렸다.

코스닥시장에서 서울반도체의 주가 상승세가 이날도 무섭게 이어졌다. 지난 2일 특허 분쟁 해결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서울반도체는 전일 코스닥 시총 7위였던 소디프신소재를 제치더니 이날에는 6위인 동서를 제치고 6위에 올랐다. 5위 키움증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 기세라면 코스닥 톱5 입성도 무난해 보인다.

조만간 서울반도체의 지난해 4분기 실적 관련 기업설명회가 예정돼 있다. 특허분쟁 타결로 연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반도체의 이 사장이 1년여만에 이발소를 다녀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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