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살인마 강호순 키웠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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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살인마 강호순 키웠다


'급격한 사회변화가 강호순 같은 살인마를 키웠다'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을 바라보는 범죄사회학 분야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 사회가 급속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강호순과 같은 비인간적인 흉악범들이 방치됐다는 것.

자본을 중시하는 물질 중심 사회로의 빠른 변화가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인간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생명 경시풍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너무 갑작스럽게 경제성장이 이뤄지다보니 전통적인 가치가 묵살되고 물질만 숭상하는 자기중심적인 사회가 됐다"며 "자신의 성공이나 목표를 위해 남을 제거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가 결국 흉악범죄를 좌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성연쇄살인은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일어났다. 당시 한국은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려고 노력했다.



연쇄살인 연구가 가장 진전된 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영화 '조디악'의 소재가 됐던 실제 연쇄살인이 일어난 시기 역시 미국 산업이 급속한 성장을 보인 1960년대 후반이다. 미국판 강호순이라고 할 수 있는 미남형 사이코패스 테드 번디가 등장한 것은 직후인 1970년대다.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점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곳만 바라보길 강요한다. 구성원의 개별성은 존중되지 않는다. 이처럼 연쇄살인사건이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시기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선진국형 범죄'로 불린다.

특히 이번 강호순과 같은 '싸이코패스'가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은 과거 김대두, 지존파, 막가파 사건과 같은 다중살인 혹인 연속살인사건과 구분된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이번 강호순 사건은 5년 전 유영철 사건과 같은 전형적인 선진국형 범죄"라며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막연한 증오심을 품고 무차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강호순이 쉽게 검거될 수 없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민수홍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가정을 통해 사회화 과정을 거쳤다"며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가정의 역할이 축소되고, 자연스럽게 사회화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강호순 같은 살인마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의 역할이 점차 줄면서 지역사회 역시 와해됐고, 예로부터 중시해오던 가치와 규범들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며 "결국 가정과 사회 모두 사람들에게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을 정립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재발견됐다"며 "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당국과 사회 구성원 모두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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