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강호순의 빗나간 父情

정현수 기자 2009.02.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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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자녀 죽여놓고 자신의 자녀만 중요하나?" 비난 여론 들끓어

ⓒ 이명근 기자ⓒ 이명근 기자


"아들 위해 책을 출판하겠다"

"우리 아들은 어떻게 살라고 (사진을) 공개하나"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아들과 관련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애틋한 부정(父情)으로만 보기에는 그의 범죄 행각이 극악무도해 한 살인마의 배치되는 심리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강호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경찰청 박학근 수사본부장은 3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강호순이) 자신의 범행 내용을 책으로 출판해서 아들들이 인세라도 받게 해야 겠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부녀자 7명을 살해한 내용을 책으로 남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물론 그의 표현을 빌리면 "아들들을 위해서"다. 박학근 수사본부장도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자식을 향한 특별한 애정표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호순의 '자녀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강호순은 검거와 함께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얼굴 공개'와 관련해서도 아들 걱정부터 했다. 사진을 공개하면 아들들이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는 논리였다.

이 밖에 경찰은 방화 가능성에 대해 강호순이 자백하지 않는 것도 자녀들을 위한 행동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방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자칫 보험금을 몰수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강호순은 지금까지 세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첫번째, 두번째 부인과 사이에서다. 강호순은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첫째 부인 슬하의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 이들은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다.


강호순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아직 어린 자녀들을 위한 단순한 부정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죽인 피해자들 역시 또 다른 누군가의 자녀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것을 보존하기 위한 본능적인 욕망으로 볼 수 있다"며 "일반인들은 내 자식이 중요하면 남의 자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이코패스들은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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