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GDP 예상보단 양호? 들여다보면 '최악'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1.3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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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정부지출이 그나마 제동, 하강 속도 가속화

미국의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8%를 기록, 26년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당초 예상했던 -5.5%보다는 하락폭이 적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안도'와는 거리가 멀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장률 둔화 속도가 줄어들지 않은데다, 기업들의 재고증가가 성장률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아 향후 경기가 더욱 가파르게 내리막을 걸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기업 재고 1.32% 기여..향후 성장에 부담

미국 상부부는 30일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잠정치)이 전분기대비 -3.8%(연율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발표된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 -5.5%를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 전체 GDP 성장률은 1.3%를 기록하게 됐다. 7년래 최저치이다. GDP 수정치와 확정치는 2월과 3월 각각 발표된다.

GDP하락률이 예상보다 작았던 데는 62억달러나 늘어난 기업재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업재고 증가분을 제외할 경우 GDP 성장률은 -5.1%로 추산됐다. 기업재고가 GDP에 1.32%나 기여한 것이다.

기업들의 재고가 급증한 것은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당분간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생산을 자제하고 재고 소진에 주력하면 GDP성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 재고를 제외하고도 4분기 GDP 성장률은 1982년 경기침체기 이후 분기 최악의 실적이다.

정부 지출은 1.9%, 연방 재정지출이 5.8% 급증하면서 GDP를 0.4% 끌어올렸다.
무역 부문도 다소나마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수출 감소보다 수입 감소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GDP에 0.09%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 식품 구입 14%↓..허리띠 진짜 조른다

GDP 성장률 급락의 가장 큰 요인은 가계와 기업의 소비지출 급락. 미국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소비자지출은 3분기(-3.8%) 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3.5% 뒷걸음질을 지속했다. 식품 구입도 13.8%나 줄어들어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기업투자는 20.1% 곤두박질, 1980년대 이후 최대폭 줄었다.



물가하락률도 급격히 나타나 디플레이션 우려를 점증시켰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연율 기준 0.6% 하락, 전분기(-2.4%)보다 하락속도가 줄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는 5.5% 급락,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물가가 급락하면서 실질 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3.3% 증가, 3분기의 8.8% 하락세에서 급격히 반전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실업에 대한 우려로 경제주체들이 허리띠를 급격히 줄이면서 저축률은 전분기 1.2%에서 2.9%로 증가, 극심한 소비위축 현상을 반영했다.

◇ 오바마 "경기침체=재난, 조속히 구제해야"



RBS 그리니치 캐피털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GDP 수치에서 긍정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성장률 후퇴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 2분기 2.8%에서 3분기 -0.5%로 위축된 이후 다시금 -3.8%로 급전직하했다.

실망스런 기업 실적 발표가 줄을 잇는 가운데 올 1분기 성장률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타벅스부터 보잉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미국 기업들이 급여와 생산 삭감을 발표하고 있다.



무디스도 "미국 경제가 하강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최소 올해 3분기가 지나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대한 빨리 의회로부터 경기 부양책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부담도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경기부양안의 하원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며 상원 통과도 확신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GDP 발표 이후 성명을 통해 "경기침체는 단지 경제적인 개념이 아니라 미국의 근로자 가구들에게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재난(Disaster)'"이라며 조속한 경기 부양법 통과를 의회에 촉구했다. 그는 부양책이 하원을 통과한 점을 환영한뒤, 법안내용이 상원 토론에서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화당의 협력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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