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사상 최악의 1월' 마감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1.3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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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지수 8.6%↓ 하락폭 최대..배드뱅크· GDP 등 악재

1월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미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로써 미 증시의 올해 1월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되게 됐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보다는 하락폭이 작았지만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운데다, 기업실적이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여기에 장후반 배드뱅크 구상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145.76포인트(1.79%) 하락한 8003.25를 기록했다. 1월 한달간으로는 8.8% 하락했다.

S&P500지수는 19.31포인트(2.28%) 떨어진 825.83를 기록, 월간 하락률로는 최대인 8.6%를 보였다.
나스닥지수 역시 29.17포인트(1.93%) 내려선 1478.67로 장을 마쳤다. 한달간 6.4% 뒷걸음쳤다.



1929년 이후 S&P500지수의 1월 움직임과 연간 지수 방향이 같을 확률은 76.3%에 달했다.

개장전 발표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는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3대 지수는 개장과 함께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도 캐터필러, P&G, 엑손모빌 등의 실망스러운 실적이 발표되자 4분기 성장률에 이어 올 1분기 성장률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오후들어 미 정부가 신용경색을 완화시키고 금융권 부실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구상중인 '배드뱅크(Bad bank)' 설립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도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주 배드뱅크 구상을 포함한 금융구제책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이날까지 구체안을 확정짓지 못했으며 배드뱅크안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증시 주요지수는 장중 최저점 수준에서 장을 마치며 2009년 증시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채 장을 마쳤다.

◇실적 악재 지속...경기전망은 '불안'

예상외의 실적을 올린 아마존이 전날에 이어 17% 급등하며 분전했지만,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뒤엎지는 못했다.



금융부실 해결의 키워드가 돼 온 '배드뱅크' 구상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으로 씨티그룹이 9% 급락하는 등 금융주가 일제 약세를 보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2.95% 등 부실자산 급증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대형은행들의 하락폭이 컸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배드뱅크에 부실자산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J.P모간은 0.3% 강보합을 유지, 눈길을 끌었다.

이날도 캐터필러, P&G, 엑손모빌 등의 실망스러운 실적이 발표되자 4분기 성장률에 이어 올 1분기 성장률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는 2110명을 추가 감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3.3% 하락했다.
앞서 지난 26일 캐터필러는 올 1분기에만 전체 인력의 18%에 해당하는 2만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추가 감원 발표로 캐터필러의 올해 감원 규모는 2만2110명에 육박하게 됐다.

시총 기준 세계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은 4분기 순익이 78억2000만달러(주당1.55달러)를 기록, 전년 같은 시기 117억달러(주당2.13달러) 대비 급감했다고 발표, 주가가 0.2% 약보합을 기록했다.



미국 최대 생활용품 생산업체 프록터앤갬블(P&G)의 2분기 순이익은 50억달러(주당 1.58달러)를 기록, 전년 같은 시기 33억달러(주당98센트) 대비 큰 폭 증가했지만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주가는 6.4% 내려섰다.
P&G의 지난 분기 매출은 204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은 210억 달러였다.

◇ 유가, 소폭 상승..달러는 강세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폭이 예상보다는 작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국제 유가가 소폭 상승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24센트(0.6%) 오른 41.68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상승폭이 4% 까지 확대되며 43.44달러까지 올랐다.

오후들어 금융구제안 지연 전망 등으로 증시 하락폭이 확대되며 유가 상승폭은 제한됐다.
WTI는 이번주 들어 10%, 이달 한달간 14% 하락한채 장을 마쳤다.

달러/유로 환율은 오후 4시53분 현재 전날에 비해 1.09% 하락(달러 강세)한 1.2812달러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0.1% 하락(엔화 강세)한 89.91엔에 거래됐다.
미 증시하락과 지표악화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와 엔화가 주요 통화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성장률 "예상보다는 괜찮지만..."

이날 미국 상부부는 워싱턴에서 성명을 내고 4분기 GDP 성장률이 -3.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발표된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 -5.5%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에따라 지난해 전체 GDP 성장률은 1.3%를 기록하게 됐다.

그러나 예상보다는 둔화된 성장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낙폭이 줄었음에도 마이너스 3.8% 성장률은 분기 기준으로 27년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전체 GDP 성장률인 1.3%도 7년래 가장 낮은 기록이다.



성장률 후퇴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 2분기 2.8%에서 3분기 -0.5%로 위축된 이후 다시금 -3.8%로 급전직하했다.

◇제조업-소비심리 지표 부진

제조업과 소비심리 지수도 예상만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구매자협회 경기지수는 26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카고 구매자관리협회(PMI)는 1월 제조업지수가 33.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2월 35.1보다 악화된 수치다. 당초 전문가 예상치 34.9도 밑돌았다.

미국의 1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는 61.2를 기록, 12월 60.1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상치 61.9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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