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배드뱅크' 구상 난항, 재원·효과 논란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1.31 05:38
글자크기

다음주 '금융구제안'에 구체안 포함 안될수도

미 정부가 신용경색을 완화시키고 금융권 부실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구상중인 '배드뱅크(Bad bank)' 설립안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주 배드뱅크 구상을 포함한 금융구제책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이날까지 구체안을 확정짓지 못했으며 배드뱅크안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공감대 불구, 세부 이견..내주 발표 불투명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이날 소식통의 말을 인용, 정부와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배드뱅크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배드뱅크 설립을 위해) 해결된 문제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금융기관 부실자산을 매입할 정부기구를 설립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회복, 민간 대출 확대에 도움이 되겠지만 부실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는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가 부실자산을 매입한다는 당초의 목적에서 이탈, 금융기관 지분매입을 통한 자금 직접 투입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이기도 하다.

◇ 정부 보증-보통주 인수 등 보완 필요성 부상


따라서 배드뱅크만으로는 부족하며 다른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최근 "배드뱅크 구상은 가능한 수단 가운데 하나이며 '일부'은행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일부 은행들은 배드뱅크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J.P모간 역시 배드뱅크에 자산을 매각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증이나 보험을 확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별도로 떼내지 않고 건전자산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대가로 지금까지는 주식매입옵션이 붙은 무의결 우선주를 받아왔다. '국유화'의 부작용을 줄이고 보통주 주가 희석을 최소화함으로써 주가를 지탱, 금융권의 자본조달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보통주를 인수해 경영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고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 "돈은 어디서?"..최대 걸림돌



여기에 배드뱅크 설립에 드는 비용문제 역시 구제방안 확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로버트 글로버 하버드대 교수는 배드뱅크의 매입 대상이 되는 금융권 부실자산이 1조5000억-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 "배드뱅크 구상의 가장 큰 문제는 필요한 자금규모"라고 말했다.

TARP자금 2차분 3500억달러가 1차적으로 배드뱅크 설립 재원이 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게다가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민주)을 포함, 의회 지도부는 TARP자금의 상당부분이 금융권 부실매입뿐 아니라 채무자들의 주택차압 방지에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배드뱅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회가 이른바 'TARP 3차분'을 승인하거나, 연준 등을 동원한 또다른 재원조달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복잡하고도 쉽지않은 정치 절차가 불가피하다는게 미 언론의 전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