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서랍 속 잠자는 '돈', 모아보니 '쏠쏠'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2.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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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기획]마지막 비상금 찾기

장롱·서랍 속 잠자는 '돈', 모아보니 '쏠쏠'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던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면 돈 되는 것들이 간혹 나온다. 금반지나 귀금속 외에도 환금성은 떨어지지만 귀한 자기세트나 어렵게 구한 외국돈은 지금도 제값을 받고 있다.

심지어 방송 프로그램 을 보다 보면 몇대째 방치해온 옛 물건이 감정 결과 수천만원짜리로 돌변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한푼이 아쉬운 때 이같은 '횡재'는 아니더라도 집안 구석 어딘가에서 잠자는 '비상금'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자.



말 그대로 '마당 쓸고 동전 줍기'다. 청소하면서 찾는 우리집 비상금, 눈 크게 뜨고 보면 의외로 많다.

◆금붙이 내다팔기



직장인 정유경(29) 씨는 얼마 전 뜻하지 않은 비상금을 챙겼다. 새해에는 묶은 때를 벗고 새 출발하자는 뜻에서 대청소에 나섰는데 전혀 생각지 않던 곳에서 몇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유품으로 남긴 다량의 금붙이를 발견한 것이다.

부모님과 상의해 모두 내다 팔기로 하고 금으로 된 거북이와 장신구들을 들고 귀금속 매장을 찾았다. 정씨는 몇군데를 들른 끝에 금 37.5g(10돈)에 기타 보석까지 모두 140만원에 물건을 넘겼다.

1월 말 현재 금 3.75g(한돈)의 판매시세는 13만원대 후반이다. 지난해 초부터 줄곧 이 가격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금값이 버티고 있는데다 살림살이가 어렵다보니 금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이어지고 있다.


장롱·서랍 속 잠자는 '돈', 모아보니 '쏠쏠'
종로의 한 귀금속 도매상 관계자는 “장롱 속 금붙이를 들고 나와 시세를 묻는 사람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고 있는 반면 매년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던 행운의 열쇠 같은 신년선물은 올해 하나도 못 팔았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숨어 있는 돈이 제값을 한다



"창고에 자고 있는 물건들, 팔아봐야 얼마 안 되는 것 같죠? 은근히 돈 되는 것 많아요. 돈 만원, 어디서 그냥 안 준다니까요."

회현동의 한 수집품 판매점에서 만난 박모씨는 1000원짜리 40장이 모두 붙어있는 전지(연결세트)를 팔고 받은 9만원을 안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년 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이 세트를 청소하다가 발견해 용돈이라도 얻을 심산으로 들고 나왔다고 했다.

일반 화폐는 아니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 전지세트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연결상태로도 가치가 있으며 4장 단위로 잘라서 액자에 넣기도 한다. 2005년 화폐박물관에서 판매한 이 세트는 당시 5만2300원에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11만원에도 팔리는 인기 상품이다.



많이 알려진 인기 지폐는 1962년도에 발행한 100환짜리 돈이다. 일명 모자상이라 불리는 이 돈은 위인이나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을 모델로 했다는 점과 발행 직후 3차 화폐 개혁이 시작되면서 한달 가량만 통용됐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모자상의 거래가를 보면 화폐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액면가 100환인 이 돈은 1973년 3500원에 거래되다가 2001년에는 120만원, 2009년에는 420만원에 거래됐다. 수년 전에 모자상을 구입한 수집가라면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계산이다.

◆가격은 천차만별, 희소성이 관건



장롱·서랍 속 잠자는 '돈', 모아보니 '쏠쏠'
흔하다고 생각하는 화폐가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1원짜리부터 500원짜리까지 모두 666원에 불과한 ‘한국의 화폐’ 시리즈는 2001년에 발행된 것은 17만원, 2002년도판은 6만원에 거래된다. 한정판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호가가 오른 경우다.

조선 말 구한국시대 우리나라 최초화폐는 수천만원에 거래된다. 10문 청동화는 2007년 화동옥션에서 35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대부분의 수집품은 오래될수록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오래됐다고 해서 모두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엽전’인 상평통보는 상태나 액면가에 따라 1000원 미만에 거래되기도 한다. 흔한 만큼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김경식 수집뱅크 코리아 대표는 “모든 수집품이 그렇지만 가치의 척도는 희소성과 보관상태”라며 “특히 발행량과는 무관하게 현존량이 적을수록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수집품 대접도 달라

1970~80년대 청소년기를 거친 지금의 30~40대 성인이라면 한번씩은 우체국 앞에서 밤을 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우표수집 열풍 때문이다.



혹여나 모두 팔려 나갈까봐 중앙우체국 앞에서 진을 치던 풍경은 당시 어렵지 않게 목격되곤 했다. 뜬눈으로 밤을 새며 모았던 우표는 지금 얼마나 가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대로 갖고 있는 편이 낫다. 우표 관계상에 따르면 수집열기가 식으면서 가치도 동반하락했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구입 당시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액면가 이하에서 거래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우표의 굴욕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표의 굴욕’을 IT의 발달에서 찾는다. 통신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우편의 기능이 쇠퇴하게 됐고 더불어 500만명에 달하던 우표 수집가들도 수가 급감했다는 해석이다.

수집품의 쇠퇴사례는 다른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중전화카드는 한때 수집가들 사이에서 수백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복권수집도 로또 열풍의 반대편에서 쓸쓸히 사라진 수집품이다.

회현동의 한 수집품 관계자는 “귀했던 물건이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기도 하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물건이 기대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서 “다만 수집은 수집을 목적으로 할 때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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