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몬다효과 '반짝',삼성전자 사?말아?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02.0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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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외국계 vs 국내 증권사 엇갈린 시각

같은 사물이라도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나올 수 있다. 나란히 함께 풍경을 보는 데도 심리 혹은 경험적인 것에 따라 어떤 이는 "아름답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우울해 보인다"고 한다.

특정 주식을 볼 때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를 놓고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가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반도체 업황과 수요회복이 가능한지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독일의 D램 반도체 업체인 키몬다의 파산이 전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국계 증권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낙관적인 견해를 펼치고 있다.



◆롤러코스터 타는 삼성전자 주가…명암 뚜렷

설 명절을 전후로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주가는 울다가 웃는 ‘변덕’ 그 자체였다. 설 연휴 직전 삼성전자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9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이 사상최대치인 100조원을 돌파했다는 ‘굿’ 뉴스도 함께 전했지만 ‘배드’ 뉴스에 빛이 바랬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어닝 쇼크로 받아들여져 주가는 4% 가량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은 ‘우려한 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불길한 전망에 눈길을 돌렸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비관론이 득세할 것만 같던 삼성전자 주가는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키몬다 효과'로 10% 가량 솟아올랐다. 세계 5위권 D램 반도체업체인 키몬다가 청산될 경우 과당경쟁이 다소나마 해소되면서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기 때문이다. 키몬다의 시장점유율은 10% 가량이다.

주가가 빠지고 오르는 것이야 하루 이틀의 얘기는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그 재료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극단적인 것들이었다. 실적 악화와 업황개선 기대, 이 상반된 재료로 주가는 며칠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는 깊은 굴곡을 보였다.


◆어닝 쇼크 핵심은 반도체에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악화시킨 주범은 반도체 부문의 불황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요동을 친 것도 바로 이 반도체 시장의 업황을 놓고 상반된 시각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보통신(27%), LCD(23%), 디지털미디어(20%) 등 반도체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정보통신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분기 사상 최대 휴대폰 판매 실적(5280만대)을 기록하며 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CD 부문이 3500억원, TV 등 디지털미디어 부문이 17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무엇보다 반도체 부문이 56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는 바람에 적자 탈피에 실패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사업구조 전반에 걸친 것이라기보다는 반도체 부문의 업황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삼성전자가 최근 단행한 인사개편에서도 그 속사정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LCD총괄을 중심으로 한 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총괄을 주축으로 하는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스 부문을 각기 책임지는 ‘투톱 체제’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휴대폰에서 번 돈으로 반도체에 투자하다가 함께 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키몬다 파산…반도체 업황개선 기폭제 될까



삼성전자 실적악화의 주범이었던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과당경쟁 상태에서 극한적인 생존게임을 벌였다. 그런 와중에 1월23일 전해진 독일의 D램 업체 키몬다의 파산소식은 숨 막히던 경쟁체제에 다소나마 숨구멍을 트이게 만들었다. '너 죽고 나 살자'식 '치킨 게임'(국제정치학에서 쓰는 게임이론,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리킴)에서 한쪽이 나가 떨어지면 다른 한쪽은 생존을 보장받고 전리품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비록 경쟁업체들이 파산해 나눠가질 수 있는 파이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파이의 절대적인 크기가 작아진다면 그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파이의 절대적인 크기가 커지느냐 작아지느냐는 수요회복 여부에 달려있다. 이것이 바로 반도체 부문의 업황이 개선될지, 나아가 삼성전자의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는 핵심 이유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대부분 파이의 절대적 크기가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는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파이의 크기보다는 나눠가질 수 있는 비율이 커진 데 대해 더 무게를 두기 때문에 낙관론을 펼친다고 볼 수 있다.



◆외국계 “별로 기대할 것 없다”

키몬다가 파산 하더라도 당장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을 완전히 파산시키는 것은 실업 등의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끌기 마련이다. 파산신청을 해놓은 기업들은 그런 와중에도 생산을 계속해나간다.

이런 이유를 들어 외국계 증권사들은 반도체 부문의 업황이 쉽게 개선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UBS증권은 "당분간 키몬다는 공급을 계속할 것이고 PC부문 수요 감소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펀더멘털 전망을 단기간에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전망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메릴린치는 목표주가 35만원에, ‘시장수익률 하회’라는 투자의견을 내놓았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의 12개월 목표주가를 36만원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46만7000원, 투자의견은 '시장수익률'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1월30일 종가가 48만8000원이라는 점을 볼 때 사실상 “팔라”는 소리나 다를 바 없다.

이들은 키몬다의 파산영향이 미미하고 올해 이익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메릴린치는 "글로벌 IT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 하반기에도 이익 회복세가 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PC 및 핸드셋시장 역시 수요부진으로 역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마디로 상승을 이끌만한 촉매제가 없다는 것이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내로 흑자 전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키몬다효과 '반짝',삼성전자 사?말아?


◆국내 “반도체 구조조정 신호탄…수혜 가능”

국내 증권사들은 수년간 지속됐던 D램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이 어느 정도 종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키몬다의 파산 소식은 다른 경쟁사들 역시 어렵다는 반증이며, 결국 경쟁에서 밀려난 많은 기업들이 청산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가 가져갈 파이가 많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지난 1월28일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도시바 역시 일부 반도체 공장 문을 닫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현중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키몬다의 파산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되며 이로 인해 D램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51만원을 유지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경쟁업체의 퇴출이 예상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59만원을 유지했다. 이 증권사는 삼성전자가 오는 2010년 순이익 규모 6조원을 회복할 것이라며 실적이 최악인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매수’의견에 목표주가를 60만원으로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이 지속적으로 탈락하면서 시장지배력이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큰 기대는 무리”…좀 더 지켜봐야

외국계와 국내증권사 간의 시각차가 커 보이지만 결국 한 가지를 놓고 다른 면을 부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쪽 다 현재 반도체 시장 업황이 좋지 않고, 과당경쟁 체제를 우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또한 삼성전자의 실적개선이 있더라도 그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과당경쟁 체제가 다소나마 해소됐을 때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이 어느 정도 강화될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각에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국내증권사가 보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50만원에서 60만원 사이. 1월30일 종가 48만8000원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추가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사라”고 외치는 국내 증권사들조차 목표주가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을 보면 삼성전자를 추천하는 데 있어 적극적이라기보다는 소극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삼성전자의 추가상승 여력이 단기간에 급증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선 다른 반도체 업체들이 추가로 파산하는지, 업황이 좋아지거나 반도체 수요회복이 가능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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