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만원짜리땅 18.5억매도, 알박기 아니다"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9.01.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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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법상 부당이득죄 성립 안돼···유죄 선고한 원심 파기

재개발 예정지의 시가 4400만 원짜리 토지를 42배가량 비싼 18억5000만 원에 매도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부동산 '알박기'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단지 비싸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형법상 부당이득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알박기를 범죄로 처벌하려면 토지 보유기간과 협상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A 건설회사는 2005년 1월 울산 반구동 일대에 주택재개발사업을 추진했다. B씨는 이보다 앞선 1991년 4월 사업지역 내 토지와 건물을 매수, 5년간 거주하다 인근으로 이사했고 이사를 하면서 해당 부동산은 친척 C씨에게 세를 줬다.

A사는 2005년 11월 사업지역 내 토지를 80%가량 사들인 상태에서 B씨 소유 부동산을 매수하기위해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B씨는 부동산의 실제 소유주는 C씨라며 접촉을 피했다.



당시 A사는 부지매입비 등 1000억 원가량을 대출받는 등 금융비용만 매월 약 6억 원 가량에 달했다. C씨는 가격 협상을 계속 미루다 결국 시가 4400만 원보다 42배 비싼 18억5000만원에 부동산을 팔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B씨와 C씨의 행위는 형법상 부당이득죄에 해당한다며 기소했고 1심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을, 2심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

형법상 부당이득죄는 피해자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히 부당한 이익'을 얻었을 때 인정되는 데 피해 회사가 매월 6억원 가량을 지출하는 등 궁박한 상태였고 B씨 등은 이를 이용, 부당한 이익을 올렸다는 게 유죄 판단의 근거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8일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부동산 수용 과정에서 큰 이득을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피해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 데에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했다거나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를 유죄로 본 원심은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이어 '알박기'에 대한 부당이득죄가 성립하려면 △정상가격과 실제 매매대금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부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상 토지를 비싼 가격에 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야 하며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몰리게 된 원인을 피고인이 상당부분 제공했어야 하는 등의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2005년과 2007년 3건의 알박기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같은 기간에 있었던 10건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고 헌법재판소는 2006년 7월 알박기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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