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사장은 지난 1977년 7월 삼성물산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지 27년만인 지난 2004년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에 올랐고, 2007년에는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맡았다. 행운 의 숫자인 '7'이 그를 따라다니지만 TV 세계 1위와 휴대폰 세계 2위라는 기록은 단순히 행운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최 사장은 원가 개념도 철저하다.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 회사 내 LCD 총괄과의 가격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대만산 LCD 패널을 도입한 것은 그의 '장사꾼'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경쟁력 확보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최 사장에 대해 앞만 보고 원칙대로만 간다며 '독일병정'이라는 별명도 붙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 시장에 TV와 휴대폰 등 삼성전자 제품을 판매한다고 '디지털보부상'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깐깐한 최 사장도 부하직원의 경조사에는 남몰래 깊은 정을 쏟는다. 최 사장은 지난 18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장병조 삼성전자 구미공장장(부 사장)의 비보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사흘간 빈소를 지켰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지난 16일 삼성 사장단 인사와 19일 임원인사, 21일 조직개편 등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었으나 퇴근 후 빈소를 지켰다.
고 장 부사장은 삼성 애니콜 신화의 주역으로 구미를 글로벌 생산기지로 도약시킨 구미사업장의 산 증인. 최 사장과는 각별해 그의 슬픔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인 2005년 독일에서 열린 IFA 전시회 말미에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공장으로 가는 길에 오스트리아 빈 현지법인의 K상무가 과로로 쓰러져 뇌진탕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빈에 들러 병문하기도 했다. 또 D램 가격 담합문제로 미국 내 교도소에서 영어의 몸이 된 후배 '디지털보부상'들에게는 더 없는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에서는 냉정하리만치 치밀하고 깐깐하지만, 직원들의 경조사에는 만사를 제치고 깊은 정을 쏟는 최 사장이 삼성전자의 절반인 DMC사업부문을 맡아 과거 TV 시장 1위, 휴대폰 2위의 성과를 발판으로 어떤 변화를 몰고 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