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패닉'이란 단어의 재등장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2009.01.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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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악재에도, 기대감만으로도 매매하기 어려운 상황

싸워서 이겼나 싶으면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괴물이 연이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개장과 함께 급락했다가 낙폭을 좁히며 1100선 회복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위안거리지만 큰 의미를 둘 만한 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전날 다우존스지수를 8000 아래로 밀어낸 것도 금융주였다. 마켓워치에는 다시 '패닉'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800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야 할 것이라는 보고서와 함께 월가의 금융권에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지, 과연 끝이 보이지 않는 구제금융 자금을 더 이상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해답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거대한 덩치의 '돈 먹는 하마'가 버티고 있으니 세계 주요 국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채권을 찍어내 자금을 풀어냈지만 자금시장의 경색은 풀릴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금융권 부실이 정리되면서 올해 상반기면 강아지도 입에 달러를 물고 다닐 정도로 유동성이 넘쳐날 것이라는 한 투자가의 전망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국내도 MMF로 올 들어서만 2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 증시 주변의 유동성이 많아 보이지만 두려움에 잔뜩 움츠린 대기자금이 주식에 흡수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장중 매매는 소극적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섰지만 장중 순매도 규모가 각각 750억원, 690억원에 그친다. 두 세력이 지수선물을 각각 1500계약, 1700계약 팔고 있지만 프로그램 매물은 제한적이다. 비차익거래가 '사자'와 '팔자'의 혼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매물이 220억원에 불과하다.

개인이 현물과 선물을 각각 1370억원, 3270계약 사들이고 있지만 시장 방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새로울 것 없는 악재에 보유 주식을 던지는 것도, 기대감만 가지고 주워 담기도 어려운 교착상태다. 매매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오히려 낙폭을 제한했다는 지적이다.

추가로 내놓을 만한 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아 시장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지만 금리는 동결할 가능성이 높고, 재정 정책 카드 역시 더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미국에 이어 유럽 금융회사까지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어 주가 하락 압력을 이겨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1분기 경제지표와 기업 이익이 최악이라는 공감대가 이미 증시에 일정부분 반영됐지만 실제 수치는 예상보다 더 최악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은 유동성이나 기대감이 단기 상승세를 이끌 수는 있지만 펀더멘털과 역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중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23포인트(1.97%) 내린 1104.58을 기록중이다. 미국과 유럽 증시의 폭락 여파로 일본 닛케이지수 역시 2% 이상 떨어지며 8000 아래로 밀렸다.



전날에 이어 금융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KB금융 (83,600원 ▲1,100 +1.33%)이 5% 이상 떨어졌고 신한지주(4.4%)와 우리금융(6.2%) 하나금융지주(6.2%) 외환은행(5.8%) 등 금융주가 일제히 약세다.

KB금융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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