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구조조정 "무원칙..당혹..억울"

더벨 이승호 기자, 길진홍 기자 2009.01.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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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1월20일(10: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건설사의 구조조정 대상기업 선정을 놓고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원칙 없는 잣대에 대해 금융권은 '당혹스럽다', 건설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C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 중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주가는 이미 지난 19일에 이어 20일에도 하한가로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에 의해 확정적으로 C등급에 분류될 경우 해당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 값이 폭락하고 분양신청 해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원칙이 뭐냐?"



구조조정 대상에서 B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K사는 금융당국에 의해 C등급으로 강등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무원칙적인 잣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K사는 정부와 금융권의 권유에 의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고, 이후 유동자금 확보 차원에서 수 백억원의 신규 대출을 받았다. 문제는 신규 차입금에 있었다.

금융당국은 대주단협약에 가입한 건설사가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해당 주채권은행에 평점 5점을 감점할 것을 주문했고, K사는 결국 C등급으로 떨어졌다.


I사의 경우 주채권기관이 종금사였지만 등급조정 권한이 은행에 있다는 이유로 C등급으로 떨어졌다.I사가 모 은행에 지고 있는 채무액은 100억원에 불과하다.

I사는 2006년부터 부실사업장을 정리하는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여 타 건설사보다 채무 규모가 많지 않다. 금융당국은 건설사 구조조정 권한을 은행으로 한정지음에 따라 I사의 실질적인 주채권기관인 모 종금사는 등급조정 권한을 상실하게 된 것. 대기업 계열인 I사는 채무 규모가 많지 않은 모 은행이 금융당국의 지침을 이용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사 "억울..소명할 기회 줘야"

C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은 금감원과 대주단의 무리한 구조조정 요구로 인해 건설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설사와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에 합의해야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시장원칙'을 무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K사 관계자는 "대주단에 가입해 신규 자금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5점 감점을 받아 C등급으로 떨어진 것은 억울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주단 가입은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독려한 일이고, 특히 대주단에 가입한 건설사에 채무유예와 신규 자금지원을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감점을 한 것은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W사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으로부터 '괜찮다'는 말만 들었지 C등급이라는 언질을 받은 일이 없다"며 "모든 과정 뒤에는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고 있는데 과연 정부는 기업을 퇴출시킬 법적 권한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건설업 구조조정은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진행할 일이지만 막판에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숫자 채우기'로 변질되고 있다"며 "회생여지가 있는 기업들이 정부의 숫자 꿰 맞추기에 희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건설사 평가는 주채권은행 성향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며 "평가 심사를 까다롭게 한 은행이 있는 반면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한 은행들도 있는 등 일관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은행 "우리도 당혹스럽다..금융당국 진짜 의도 파악중"

C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의 주채권은행들도 금융당국의 등급조정의 원칙과 그 이면에 들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느라 동분서주 하고 있다.



A은행과 B은행은 자신들이 B등급으로 분류한 건설사가 금융당국에 의해 C등급으로 추락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가 뚜렷한 이유 없이 C등급으로 추락하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올린 B등급이 C등급으로 내려가고, 뜬금없이 대기업 계열사가 C등급에 포함됐다"며 "금융당국에서 너무 인위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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