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게임서 10루타 날리겠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2.04 04:07
글자크기

[머니위크]인터뷰/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하늘길 게임서 10루타 날리겠다"


“청계천에서 여공의 손으로 탄생한 유니폼이 바로 가격 할인의 비결입니다.”

지난 1월2일 홈쇼핑 추리닝 가격에 불과한 1만9900원이라는 파격가로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상직(47) 이스타항공 회장은 값싼 항공요금의 비결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다른 항공사가 유니폼 디자인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때, 이스타항공은 청계천의 MK패션산업발전협회에 유니폼을 맡기며 거품을 뺐다는 것이다.



MK는 Made in Korea의 약자로 동대문 내 국내 영세상인들이 국내 자체 브랜드로 내걸고 만든 의류협회다. 고 전태일 열사의 누이인 전순옥(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이 회장은 MK의류의 고문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결코 외국의 유명 항공사 유니폼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어요. 해외 유명 브랜드는 디자인 비용이 상당히 높은데 우린 그런 비용을 거품이라고 봤죠.”



한마디로 이른바 ‘청계천 정신'으로 무장한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른 항공사가 구조적인 이유로 가격인하에 실패한 반면 이스타항공은 1인 다역의 멀티플레이로 절반의 직원을 쓰는데다 항공정비를 아웃소싱 해 거품빼기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증권맨의 파격 변신

사실 이 회장은 잘 나가던 증권맨 출신이다. 1989년부터 현대증권에서 11년간 일하는 동안 이 회장은 승승장구했다. 그가 쓰는 시황의 추천종목은 대부분 상승세를 탔다. 영업지점에 근무하면서 실적 1위를 달성하기도 해 그를 두고 스카우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증권맨에게 허용된 근로자주식저축계좌를 통해 2년 만에 150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증권사를 뛰쳐나와 기업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98년 IT거품이 꺼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부터다.

“20개 유망 IT기업에 투자를 권유했는데 2개를 제외하고 모두 부도가 났습니다. 펀드매니저가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부실한 경영자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제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입니다”



그는 과감히 현대증권을 나와 그동안 올린 수익금과 펀딩을 통해 KIC그룹을 인수했다. 인수 후 전북 군산시와 새만금 개발공사의 공동출자를 통해 이스타항공을 만들고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국제노선 확충에 힘쓰고 있다. 멘토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바닷길로 지금의 울산을 만들었듯이 이 회장은 새만금을 하늘길을 통해 제2의 울산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는 펀드매니저로, 그룹 CEO로 모두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쓴 책 <텐배거>에서 언급한 대로 이제 세번째 10루타를 이스타항공에서 올릴 기세다. 텐배거란 월가의 영웅 피터린치가 처음 사용한 말로, 야구의 10루타 종목, 즉 투자시장에서 말하는 꿈의 수익률을 뜻한다.

“동북아 최고의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로 거듭나 세번째 10루타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늘길 게임서 10루타 날리겠다"
◆값싼 만큼 환불규정 살펴야



이스타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의 편도 요금을 1만9900원에 판매해 이슈가 됐다. 유류세와 공항 이용료를 합산하더라도 편도 금액이 3만원을 넘지 않는다. 게다가 홈페이지 회원가입 이벤트로 1004명에게 1000원짜리 항공권도 제공했다.

다른 항공사의 같은 노선이 8만~9만원인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다. 심지어 부산-제주간 선박요금도 4만원 수준이다.

놀라운 가격 할인에 이스타항공 홈페이지는 운항을 시작한 후 며칠간 서버가 다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항공료를 전부 이 가격에 받는 것은 아니다. 이 가격은 인터넷 예약제 정착을 위해 이른바 얼리버드에게만 혜택을 준다. 10%가 선착순으로 혜택을 받는데 통상 2개월 이전에 예약해야 한다.

예약일이 출발일과 가까워 질수록 가격도 점점 올라간다. 통상 운임 기준은 주중 5만7900원, 주말 6만6900원, 성수기에는 7만3900원이다.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가격이 싼 만큼 취소할 경우 환불이 안되거나 위약금을 문다. 1만9900원에 판매되는 편도 항공권은 환불이 되지 않는다. 또 기타 가격 티켓은 출발 하루 전 취소 시 5000원, 당일 취소 시 1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 회장은 "온라인 예매 취소에 페널티가 없으면 여행사의 티켓 싹쓸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인에게 직접 혜택을 주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해를 당부했다.

이 회장은 대신 "1만9900원이라는 가격은 고객과의 약속인 만큼 계속 고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신기종으로 승부…안전성 걱정 없다"



가격이 싼 만큼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회장은 손사래를 친다. 이스타항공이 500억원대 거금을 들여 구입한 131석 규모의 B737-NG는 보잉사가 제작한 동급 최신 기종이라는 것. 현재까지 인명피해가 없는 기종인 만큼 안전성 면에서 자신하고 있다.
"하늘길 게임서 10루타 날리겠다"
"그동안 실패한 저가 항공사는 프로펠러기종을 도입해 과다한 수리 및 부품교체 비용으로 적자경영을 면치 못했습니다. 반면 이스타항공의 B737-NG는 제트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뛰어날 뿐 아니라 비용 절감도 기대됩니다."

이스타항공이 장미란 선수를 홍보대사로 선택한 것도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스타항공은 1월말 2호기를 들여온데 이어 3호기도 같은 기종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운항을 주도하는 조종사도 베테랑급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회사는 한국민간조종사협회 기준 평균경력 11년에 평균비행시간 6000시간, 평균연령 40대의 베테랑 조종사 26명을 포진시키고 있다.



노하우가 생명인 정비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했다. 세계 3대 항공정비업체로 알려진 SR테크닉과 계약을 체결해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고급 항공정비기술을 빌려 쓰는 전략을 택했다.

"저가항공사가 아니라 저비용항공사입니다. 2010년부터 시작되는 한중일 항공자유화로 동북아 최고의 저비용항공사로 자리매김 하겠습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여타 저가항공사와 달리 2주 연속 전좌석 매진에 평균 90% 이상의 좌석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이스타항공. 이 회장이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력
△1963. 전북 김제 출생
△1981. 전주고 졸업
△1989. 동국대 경영학과 졸업
△1989. 현대증권 입사
△2001. 케이아이씨 사장
△2005. 고려대 경영학 석사
△2006. 케이아이씨그룹 총괄 회장
△2007. 이스타항공그룹 회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