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차 구제금융 '소용돌이' 속으로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1.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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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1차 실패" 美 이어 英도 후속책… 방식은 서로 달라

전세계 각국이 1차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부실이 멈추지 않자 2차 구제 금융 계획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정부 은행'을 설립해 금융권 부실 자산 직접 매입을 고려하고 있는 미국에 이어 영국, 덴마크 등이 대출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금융 구제 계획을 시작키로 한 것.

지난해 10월 도입한 구제금융이 금융권 부실을 막는데 충분치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해법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이 도입한 은행권 지분 매입을 통한 정부 자금의 금융권 투입은 미국의 부실자산인수프로그램(TARP) 도입으로 이어지는 등 전세계 금융 위기 극복의 표준 모델로 떠올랐다.

◇ 美·英 2차 구제금융 도입, 1차 실패 의미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금융권 부실이 멈추지 않자 결국 범위를 넓힌 2차 금융구제 계획 도입을 결정하게 됐다. 이는 1차 구제금융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영국, 덴마크 등이 2차 구제금융을 도입함에 따라 나머지 전세계 국가들 역시 2차 구제금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차 구제금융의 방법론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권의 대출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차 구제금융은 대출 진작을 위한 조치로 1차 구제금융에 비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지금껏 실시한 5000억파운드(7400억달러) 규모 구제 금융에도 은행주가 급락하고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영국 정부가 미국에 이어 2차 구제금융 계획을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영국이 도입한 2차 금융구제 조치는 대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모기지증권이나 대출에 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정부 보증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 보증은 은행권 손실 확대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 모기지 및 대출 증권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이틀간에 걸친 주말 회의를 마치고 19일 중으로 구제 금융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의회에 왜 지난해 10월 발표한 구제금융 계획이 대출을 늘리는데 실패했는지 여부도 설명하고 새로운 구제금융 필요성을 역설할 계획이다.

◇ 2차 구제금융 美·英 'My way'



지난해 10월 영국이 마련한 구제금융 계획에는 3대 은행(RBS, HBOS, 로이드TSB그룹)에 대한 370억달러의 자금 투입과 은행 부채에 대한 정부 보증 등을 담고 있었다. 당시 영국의 구제금융은 전세계 금융위기 극복 모델로 떠올랐고, 미국도 영국식 구제금융을 도입해 7000억달러 규모 TARP를 시작했다.

영국의 새로운 구제금융 계획은 전날 발표된 미국의 구제금융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미국식 구제금융은 정부은행을 설립해 부실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영국의 2차 구제금융은 정부가 은행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실 자산으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보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의 규제당국과 은행들은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것보다 이러한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 가격을 매기기 힘든 자산을 매입해야하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영국 정부는 모기지와 대출에 대한 손실 역시 직접 보증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기관 투자자들로 하여금 모기지증권을 매입토록 만들어 얼어붙은 시장이 풀리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英 2차 구제금융, 금융권 손실에 대한 보증 확대에 중점

영국 정부는 이와 함께 은행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보증 기한을 4월에서 12월로 연장할 계획이다. 또 모기지 대출업체와 자동차 할부금융 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보증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10월 영국 정부는 2500억파운드 규모 정부 보증을 실시했고, 지난해 12월까지 1000억파운드의 채권에 대해 보증을 실시했다.

또 영국 정부는 영란은행(BOE)의 대출 계획을 확대하고 금융기관들이 매각하기 어려운 자산을 정부 채권과 교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금융권 대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은행이 대출을 늘려야만 시중에 돈이 돌고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대출 및 소비에 나설 여유 자금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에는 영국과 달리 정부 은행을 설립해 금융권 부실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1980년대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해 저축대부조합(S&L)의 부실 자산을 직접 처리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환부에 직접적인 메스를 들이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TARP 지원에도 불구하고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은행권의 부실 및 손실이 확대되면서 결국 2차 구제금융을 선택하게 됐다.

덴마크 역시 금융권 지원을 통한 대출 확대를 위해 1000억크로네(178억달러) 규모의 2차 부양책을 도입키로 했다.



미국과 영국, 덴마크뿐만 아니라 금융권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및 전세계 국가들 역시 2차 구제금융 도입을 시작할 것으로 보여 2차 구제금융은 앞으로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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