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투성이 펀드 새살 돋게 하려면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9.01.1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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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건설과 조선업체를 필두로 부실을 도려내 새 살이 돋아나게 하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기업 뿐 아니라 가계 자산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승장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하락장에 손을 쓰지 못한 채 이른바 '비자발적 장기투자'의 길로 접어들었거나 신규 투자 시점을 엿보는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포트폴리오 전략은 무엇일까.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2008년 많은 투자자들이 길을 잃은 이유는 처음부터 목적지와 방향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좌표 없이 단지 오를 것 같은 주식이나 펀드에 발을 넣었다가 시장이 예상과 달리 움직이자 중심을 잃었다는 것.



투자가들은 기본으로 돌아갈 때라고 입을 모은다. 자금의 성격과 투자 목적에 따라 투자 기간과 안전자산 및 위험자산의 배분, 보다 구체적인 종목이나 펀드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법이라는 얘기다.

같은 펀드, 종목이라 해도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옳은 선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한파로 인한 약세장이 누군가에게는 10년만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또 다른 투자자에게는 지뢰밭이 될 수도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을 예측해서 종목이나 펀드를 선택하는 방법으로는 투자의 세계에서 승자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투자 결정의 중심은 투자자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펀드 중복 피하려면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곤두박질치자 원자재펀드 뿐 아니라 브릭스펀드의 수익률도 추락했다. 왜일까. 러시아와 브라질의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가 원자재 가격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자재 펀드와 브릭스펀드에 동시 가입한 투자자는 엄밀히 말해 분산투자가 아닌 중복투자를 한 셈이 된다.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거나 재조정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중복 여부이다. 특히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 투자 자산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가입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중복투자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해외펀드의 중복투자를 피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펀드의 벤치마크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 지역이나 섹터별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이름만 봐서는 똑같은 중국펀드지만 벤치마크 지수가 달라 수익률에 차이가 벌어지거나 반대로 서로 외형만 봐서는 서로 다른 펀드인 듯하지만 상관관계가 높아 사실상 분산 효과를 보기 힘든 경우도 있기 때문.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신한BNP파리바의 '봉쥬르차이나주식2-A'는 MSCI중국과 콜금리를 가중평균한 벤치마크를 추종한다. KB운용의 'KB차이나주식형자'도 마찬가지. 반면 피델리티티의 '피델리티차이나종류형A'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A'는 MSCI중국 지수만을 벤치마크로 추종한다. 또 PCA운용의 'PCA차이나드래곤A'SMS 시틱S&P500 All A Share Index와 유동성을 각각 70%, 30%씩 가중평균한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한다.



벤치마크 지수와 가중치를 확인하면 이름이 브릭스펀드로 같더라도 국가별 비중을 확인할 수 있어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국가간 상관관계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다. 동양종금증권이 7일 현재 설정액 1000억원 이상인 해외펀드의 2008년 주간수익률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머징주식형과 브릭스 및 동남아 주식형펀드의 상관관계가 높아 글로벌 이머징마켓 내에서의 분산은 큰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섹터 펀드의 경우 친디아펀드와 아시아투자주식 펀드, 글로벌물펀드는 글로벌 주식형펀드와 상관관계가 높았고 리츠펀드 역시 지역별 수익률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펀드 옥석가리기 어떻게

반토막이 난 국내 주식형펀드는 장기 투자만이 능사일까. '묻지마' 장기투자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펀드 옥석 가리기는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삼성증권이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의 운용 실적을 조사한 결과 최상위권 펀드가 25% 내외의 손실을 기록한 반면 최하위권 펀드는 50% 가량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운용 성과가 부진한 펀드를 과감하게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의견이다. 장기투자로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리려면 꾸준히 플러스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가입한 펀드가 지속적으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면 맹목적인 장기 투자보다 반등을 이용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특히 펀드 수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수익률이 저조한 상품을 중심으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개인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 수가 3~5개라고 판단한다.

이밖에 2009년 펀드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변동성이다. 지난해와 같이 급등락 장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전반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안정성을 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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