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IB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전문가들은 이 위기가 1990년 이후 스스로 위험을 안고 각종 자산에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PI)가 부실화돼 '헤지펀드형' IB가 실패한 것이라며 지금은 PI를 더 활발히 전개할 기회라고 주장한다.
글로벌IB들이 80년대말 동유럽 개방시 금융위기, 90년대말 아시아 외환위기 등을 시장진입 기회로 삼아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급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금융위기가 다시 없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IB본부의 PI팀은 새해 첫날 게시판에 '발품 일지'를 내걸었다. 기업이든 정부 부처든 투자 수요가 있는 곳을 하루에 최소 3~4군데 돌고 이를 일일이 기록하라는 얘기다. 영업사원처럼 발로 뛰는 'I-Banker'(투자은행 사람)가 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금융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손 이사는 "올해는 PI부분이 안정성에 초점을 두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보다는 채권형 상품 투자가 많아질 것"이라며 "특히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악화돼 구조조정이 활발해지면 인수금융 등 M&A 쪽에 기회가 많아 어느 때보다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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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생증권사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너나없이 IB를 내걸고 있는 상황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나눠먹을 '파이'가 그 만큼 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지역·상품별 전문화와 차별화에 성공한 IB들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대형 글로벌IB들이 휘청할 때 전문 경쟁력을 가진 중소형IB들은 표정관리를 해야했다. 미국의 제퍼리(Jefferies)는 에너지·항공·방위산업에, 토마스 웨이즐(Thomas Weisel)은 IT와 의료산업에, KBW는 금융산업에 있어서 만큼은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사들이 부럽지 않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산업군이 다양화되기 때문에 산업별 전문화 기회는 더 많아진다.
국내 증권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지역별 전문화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라오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한화증권은 카자흐스탄에 대해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고 해외자원 개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전문성을 갖게 되면 해당 국가와 한국기업 간 발생하는 금융 서비스를 독점하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어 파급효과도 크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매우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PI는 실행에 앞서 정교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필수"라며 "자신있는 핵심 분야에서 성과를 쌓고 맨파워를 키우면 다른 사업부문 수익 기회가 생겨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