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100조 육박, 자금시장 '한겨울'

임상연 박성희 기자 2009.01.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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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안정 증시호전불구 시장 '불안심리' 팽배 원인

시중자금의 머니마켓펀드(MMF)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새해 들어 주식시장도 다소 활기를 찾고 있지만 자금시장 경색은 여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의 각종 경제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MMF 쏠림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더욱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자금마저 까다로운 운용지침과 불안심리로 돈맥을 못 찾고 MMF로 흘러가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 시중자금 MMF로 집중
7일 자산운용협회와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6일 MMF로 4조7800억원이 유입됐다. 전체 설정액은 98조1820억원으로 지난 5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93조4026억원)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MMF 설정액은 올 들어 불과 3거래일 만에 9조2958억원이 유입되는 등 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MMF 100조 육박, 자금시장 '한겨울'


반면 주식형 및 채권형펀드 등 일반 펀드로의 자금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이달 들어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선 522억원이 빠져나갔다. 금리 인하 기조에도 채권형펀드는 350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연초부터 유독 MMF에 뭉칫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당국의 경제 안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 못하면서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증시가 호전되긴 했지만 과도한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가 강하고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시장 내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 안정시 투자 상품으로 갈아타기 쉬운 MMF로 돈이 몰린다는 설명이다.


MMF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경쟁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안전한 것도 쏠림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MMF 수익률은 연 5.3% 정도로 정기예금(4.7%)이나 CMA(4.5%, 11개 증권사 평균), CD(3.92%), MMDA(2.8%, 10억원 기준)보다 높다.

MMF 100조 육박, 자금시장 '한겨울'
◇ 채안펀드 등 정책자금까지 몰려
게다가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출범한 채안펀드마저 엄격한 운용지침과 불안 심리로 MMF로 들어오고 있다.



채안펀드는 지난 해 12월 17일 1차로 5조원을 조성해 운용을 시작했다. 그러나 운용이 시작된 지 20일이 지난 지금 채권 매입규모는 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채안펀드 조성의 당초 취지인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이 아닌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CBO)와 우량 등급인 AA- 여신전문 회사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시장안정을 위해 금융기관에 푼 자금과 채안펀드 등이 MMF로 집중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히 현재 운용중인 채안펀드 자금 중 상당 부분은 까다로운 운용지침 때문에 MMF에 발이 묶여 있다”며 "채안펀드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당국이 나서서 운용기준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단기간 막대한 자금이 일부 운용사의 MMF로 집중되면서 이들 운용사들은 비대해진 MMF 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9월말부터 1월 5일까지 MMF로 유입된 자금은 31조720억원. 이 기간 삼성투신운용의 MMF 설정액이 17조4867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5조4770억원)과 산은자산운용(3조3388억원), 한국투신운용(2조416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MMF 쏠림현상은 시중금리마저 왜곡시키고 있다. 장-단기 채권간 금리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 MMF는 주로 1년 미만 국고채나 통안채, 산금채 등에 투자하는 탓이다. 실제 최근 한달간 국고채 1년물은 금리는 1.48%P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3년물 금리는 0.88%P 떨어지는데 그쳤다.

김형호 아이투신 상무는 "MMF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최근 시장에서 1년 미만 국고채나 통안채 등을 구하는 게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금리도 많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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